선·후진국을 가리는 핵심적 잣대는 산업화가 어느정도 이뤄졌느냐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최대 특징이랄 수 있다. 이 세계적인 현대 조류속에서 한 나라의 번영은 그 나라의 생산력에 달려있다할 것이다. 그 생산력을 받치는 대들보는 제조업이다.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정적인 요체는 공학이다.선진국들은 그래서 공학교육을 다른 분야에 우선해서 소중하게 생각한다. 투자에 인색하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또 그렇게 해서 길러낸 공학사들을 비롯한 고급기술두뇌들이 제조업체 투신해 기술개발에 헌신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여건과 풍토를 마련하는데 소홀함이 없다. 기술두뇌들이 한눈을 판다면 기술민족주의 국제전쟁에서 패망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공대 졸업생 10명중 3명만이 제조업이 취업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서비스업같은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다. 거짓말일리가 없다.
조사결과는 이렇다. 조사대상은 지난해 가을학기와 올해 정기 졸업시즌에 공과대학을 졸업한 공학사 2만2천5백50명이다. 이들의 취업은 66.1%다. 이중 제조업에 취업한 공학사는 50.3%였다는 것이다. 결국 33.2%,더 알기쉽게 말하면 10명중 3명 정도만이 제조업분야에 취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비관적인 사실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4개 대학의 공대 졸업생은 18.5%만이 제조업에 취업,고급기술인력의 유실이 더 할 수 없이 심각하다는 현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포항공대의 장수영교수가 조사한 것을 보면 91년도에 우리나라 공과대학 7백77개 학과에서 배출한 공학사는 3만2천9백94명,공학석사는 4천1백94명,공학박사는 5백1명이다. 일본의 공학사 8만6천1백15명,공학석사는 1만3천1백41명,공학박사 1천48명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러나 전체 인구대비로 보면 우리가 많다. 인구 10만명당 공학사 배출숫자는 우리가 70.3명이나 된다. 일본의 62명이나 미국의 28.7%명보다 많다. 공학계를 졸업하는 기술두뇌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헛소리다.
문제는 그 질과 그렇게 배출된 기술인력이 생산력을 뒷받침하는 제조업분야에 제대로 박혀 제 할일을 하고 있지 않고,다른분야로 유실되고 있다는데 있는 것이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계에서 기술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질높은 교육을 받은 고급기술두뇌가 모자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 그나마의 공학기술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온 기술인력들이 제조업 등 산업현장을 기피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뜻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사람은 대접해주는 곳으로 모이는 법이다. 인지상정이고 당연한 현실 반영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분명해진다.
공학사는 물론이고 기술자격증 소지자에게 자격수당을 주고,기술개발자나 특허출원자에 대해 보상금내지는 특허권 이득을 배분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기술두뇌가 최고경영진에 오를 수 있는 기업의 인사제도와 승진체계를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기능인력에 대해서는 무주택입주자 특혜,사회복지 특혜 등 특별 시혜를 줘 제조업분야에 기능인력이 몰려들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인력의 유실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근본대책을 외면한체 이공계열 대학 정원을 한해에 4천명씩 증원해봤자,그것은 제조업의 인력난 해결에는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것을 정책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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