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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입력
199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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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심사 「완전한…」등 3편 압축/예술적 완성도 높은 「풍금…」 선정「한국일보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5월15일 한국일보 회의실에서 첫번째 모임을 가졌다. 우리는 우선 한국일보 문화부에서 작성한 지난 1년간의 작품목록을 검토하여 8편의 작품을 심사대상으로 1차 선정하였다. 2차 모임은 5월27일 열렸다. 심사위원 각자가 돌아가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수상후보작은 최시한의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정찬의 「완전한 영혼」,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3편으로 좁혀졌다.

최시한의 작품은 토론을 통해 학생들에게 뻔한 해답이 아니라 올바로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는 한 전교조교사를 생생히 제시함으로써 우리 교육의 진정한 위기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강력한 어법으로 묻고있다.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의 미덕에 주목하면서도 우화와 리얼리즘 사이의 머뭇거림이 이 작품의 리얼리티에 손상을 주었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광주항쟁을 다룬 정찬의 작품은 문제의 근원을 끈덕지게 파고드는 지적탐구의 드문 소산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 또한 장인하라는 무사기한 성격을 통해 체제의 폭력성과 함께 그에 저항하는 반체제의 폭력성까지 돌아봄으로써 권력과 폭력의 근원적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걸음 심화시킨 점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작가의 능숙한 관념처리에도 불구하고 관념의 과잉이 군데군데 노출된 점이 아쉽고,「장인하」라는 성격이 과연 새로운 대안적 모색의 든든한 거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신경숙의 작품은 거의 완벽한 서간체소설의 문법을 구사하여 에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작품의 새로움이 몰사회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80년대 문학의 이념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성을 표현한 점에 착목하였다. 시골출신 아가씨의 중산층 유부남과의 불륜을 그린 이 작품은 여주인공이 자신의 초라한 현실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간절한 욕망에도 끝내 그와의 출분을 포기하는 윤리적 결단에 이르는 결말을 통해 만만치 않은 사회성을 내포하였던 것이다. 다만 최근의 다작 속에서 작품의 이완현상이 우려되었다. 심사위원회는 더 높은 문학을 향한 엄격한 자기관리를 당부하면서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하였다.<심사위원=김윤식 김치수 김원일 최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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