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는 6·10 결과물”/여/“긴 독재시대 마감 계기”/야/기념행사등 계획… 여야 미묘한 입장차87년의 「6·10」 항쟁이 새롭게 조명된다. 문민정부의 출범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과거사 재평가작업이 맞물린 결과이다.
여야 등 정치권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여권◁
새 정부의 6·10에 대한 감회는 남다르다.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김영삼대통령 자신이 바로 「6·10 민주항쟁」의 현장에서 최루탄을 마시고 닭장차에 끌려가는 수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뒤 김 대통령은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고 그 때의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6·10은 문민정부의 모태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는 10일 「6·10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자그마한 행사를 갖는다. 김 대통령이 그 때의 주역들을 오찬에 초청했다. 4·13 호헌조치를 반대하기 위해 결성됐던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본부」의 주요인사들이 당당하게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초청대상에는 최형우 김병오 양순직의원 등 여야 정치인을 비롯,종교계 재야인사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물론 초청받은 인사 가운데는 모임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도,참석을 놓고 고심하는 사람도 있다. 청와대 모임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6·10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하는 또 한차례의 「재평가발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년간 6·10은 6·29에 밀려 평가절하 돼왔다고 할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측은 6·29선언을 정권차원에서 적극 홍보해온 반면 6·10의 의미는 의식적으로 축소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현재 여권의 시각은 분명하다. 6·29는 6·10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덕룡 정무1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10을 「역사적 사건」으로,6·29는 「6·10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로 평가했다.
김 장관은 『6·10은 재야뿐 아니라 정당,종교계,샐러리맨까지 참여해 직선제 개헌을 끌어낸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며 『6·29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6·10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4·19,5·16,12·12 등 과거사에 대한 새정부의 「재평가」작업속에 6·10도 포함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자당도 청와대 오찬과는 별도로 6·10 기념식을 검토했으나 이번에는 당총재인 김 대통령 주최의 행사를 가리지 않기 위해 성명발표만 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자당내 민주계 인사들은 「6·10항쟁」 당시 김 대통령과 함께 최루탄을 마시던 기억을 회상하며 6·10의 의미가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민정계 등 당시 4·13 호헌조치하에서 민주계와 반대입장에 섰던 인사들은 복권되고 있는 6·10을 다소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야권◁
민주당은 6·10 민주항쟁 6주년을 맞아 그 「정신계승」 작업에 한창이다. 민주당으로서는 6·10 민주항쟁의 전통성을 이어받은 적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영삼정부가 6·10 민주항쟁에 대해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그렇게 달가운 표정만은 아니다.
김영삼정부가 6·10 민주항쟁의 계승자임을 자처한다면 암울한 과거에 대한 분명한 청산과 단절 및 민주적 개혁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것만이 6·10 민주항쟁의 정신인 「민주쟁취,민권회복」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생각은 당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50대 50으로 결성한 민추협이 정계 대표로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했을 때 김대중 전 대표가 중심이 된 동교동계가 국민운동본부내에서 압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상오 당사 5층 회의실에서 6·10 민주항쟁 6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데 이어 당시의 기록사진 80장을 모아 당사에서 기념사진전을 갖기로 했다.
민주당의 기념행사는 기념식과 기념강연회로 나뉘어 진행된다. 기념식에는 당시 민추협 부간사장으로 국민운동본부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김병오 정책위 의장과 민추협 대변인이었던 한광옥 최고위원이 「6월 항쟁의 숭고한 정신은 민주발전의 초석」이라는 강연을 한다. 김 의장은 이날 기념연설에서 새로 탄생한 문민정부가 6·10항쟁이 제기했던 문제의 일부는 해결했지만 양심수 석방 해직노동자와 해직언론인의 원상복직,국가보안법 안기부법 노동관계법 비민주악법 개폐문제 등 미해결문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또한 당시 가톨릭 농민회 대표자격으로 참여한 이길재의원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 글에서 『6·10 민주항쟁은 4·19혁명,5·18 민주항쟁을 거치면서 쌓여온 민주화 실천의 국민적 의지가 총체적으로 분출된 역사적 사건』이라고 의미 부여한뒤 『이로써 기나긴 독재시대를 마감하고 찬란한 민주시대를 꽃피우는 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호진교수(고려대)가 초청연사로 나서 「6·10 민주항쟁의 계승과 오늘의 과제」라는 기념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난 87년 6월10일 당시 서울시청옆 세실레스토랑에서 대규모 가두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된 국민운동본부 집행부 13명은 그 때 그 자리에서 6주년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 모임에는 김병오 제정구 이규택의원과 무소속의 양순직의원 등이 참석한다.<정광철·권대익기자>정광철·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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