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없던 정당 연설회등 혼탁 “공명실종”「6·11 보선」의 최대 접전지인 강원 명주·양양이 이상선거 열기에 휩싸여 있다.
중앙당 차원의 거당적 지원이 전개되고 있고 불법선거운동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열양상을 빚었던 지난 89년의 동해 재선거를 방불케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유권자 6만9천명에 불과한 이 지역에 상주하는 여야 의원만도 40여명. 여기에다 서울명주를 자주 오가는 의원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배이상 늘어난다. 마치 여의도 의사당을 이곳에 옮겨다 놓은 형국이다.
중앙당 차원의 거당적 지원외에도 과열선거 양상은 부지기수다. 흑색선전,물품공세 의혹,선심공약 남발 등 곳곳에서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물론 한 선거구에 십수억씩 소요되던 과거 선거 때처럼 매표행위 등의 노골적인 불법선거가 자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과열양상은 개혁정치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먼게 분명하다.
○…과열·혼탁 양상을 부추기는 제1의 「주범」은 중앙당의 총력지원이다. 당초 여야는 『부정선거와 낙선중 택일하라면,차라리 낙선을 선택하겠다』고 장담해왔다. 특히 민자당은 『선거운동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비용은 반드시 법이 정한 범위를 지키라』는 김영삼대통령의 지시를 여러차례 상기시켜왔다.
하지만 선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명주·양양이 접전지로 부각되자 민자·민주 양당의 지원양상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민자당은 김 대통령의 30년 지기이자 민주계 원로인 김명윤후보를 내세운 만큼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혔다. 한 선거책임자는 『만약 이변이 나온다면 윗분(대통령)을 뵐 면목이 없지 않겠는가. 또 개혁정치에도 많은 흠집이 가지 않겠는가』라며 중앙당 지원의 불가피함을 말했다.
민주당도 다급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전패할 경우 민주당과 이기택대표가 입을 상처는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명주·양양이 「승부가능지역」으로 부각되자 총력전을 펼치게 된 것이다.
고위당직자들도 상주하다시피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김종필대표가 6월초 들른데 이어 황명수총장도 네차례나 이곳을 방문했다. 권해옥 제1사무부총장은 선거운동 초반부터 이곳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도 이 대표가 며칠째 현지 선거운동을 하고 최고위원들이 번갈아 방문,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정당 연설회도 계획에 없었으나 경쟁의 상승작용으로 9일 양당 모두 2차례씩 열었다.
뿐만 아니라 양당 모두 명주·양양의 2개 읍·12개 면을 의원들에게 할당해 선거운동을 시키고 있다. 각 의원들은 할당된 읍·면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기 선거처럼 뛰고 있다. 그리고 선거비용 제한액 1억1천3백여만원은 이미 깨졌다는게 현지의 의견이다.
○…중앙당의 선거지원이 치열해짐에 따라 선거운동 양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불법 선거운동,고발,흑색선전,상호비방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급기야 강원 선관위(위원장 정귀호)가 8일 지역주민 20여명을 모아놓고 물품을 제공하며 민자당 후보 지지운동을 벌인 혐의로 양정숙씨 등 주부 2명을 춘천지검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강원 선관위는 또 지난 1일의 합동연설회장에서 적발된 관광버스가 유권자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했는지를 수사해달라고 춘천지검에 의뢰했다.
민자당은 양정숙씨건의 경우 『민주당이 주선한 모임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라고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공무원의 선거운동,향응제공,허위사실 공표 등 민자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례를 적발했다고 주장하며 관련자료를 내놓고 있다. 그 사례는 대개 ▲반장·이장의 인원동원 ▲군청 직원의 여당 후보지지운동 ▲민자선거운동의 향응제공 등으로 시간·일시·장소가 명기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7일 『주문진 농협에서 현금 2억5천만원이 인출돼 일반인에 대한 예금지급이 중단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주문진 농협이 7일 전후의 현금출납원장을 공개한 결과 2억5천만원의 인출이나 지급중단이 없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민자당은 이를 고리로 『민주당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우리도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례를 갖고 있지만 과열방지를 위해 참는다』는 반박을 하고 있다.
이같은 양당의 상호 비방전은 사실의 진위를 떠나 선거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는 다짐이 불과 3개월만에 명주·양양에서 실종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명주·양양선거는 여야 모두를 패자로 만들려하고 있는 것이다.<주문진=이영성기자>주문진=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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