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등 3대 주력사업 설정/승용차 진출 사실상 공식화9일 삼성그룹이 제일제당 제일모직을 포함한 14개 계열기업의 정리방침을 밝힌 것은 일단 정부의 업종전문화 방침에 전향적으로 호응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삼성그룹은 정부 대기업정책의 풍향을 어느 그룹보다 빨리 읽어 적절히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따라서 삼성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 현대 대우 럭키금성 등 다른 주요그룹들도 유사한 수준의 계열사 정리작업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날 삼성의 발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재무부 상공자원부 등 관계당국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해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계열사의 매각과 통폐합조치가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겉으로 내세운 명분에 비해 실제정리의 내용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잔챙이 처리에 불과하며 삼성의 업종이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삼성이 이날 발표한 계열사 정리방침은 그 배경이야 어쨌든 상당한 결단이 소산으로 여겨진다. 삼성그룹의 간판급 기업인 제일제당을 매각하는 한편 제일모직을 삼성물산에 흡수 합병시켜 수출전담업체로 전환한다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삼성그룹은 이번 결정이 지난 91년 11월 신세계와 전주제지 등 7개 계열사 분리에 이은 2단계 조치로 그룹전체의 사업구조를 21세기형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전자,중공업·항공·건설 등 엔지니어링사업,그리고 종합화학 등 3대 핵심사업군으로 업종을 전문화할 계획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외견상 꽤 그럴듯해보이는 이번 정리조치에 대해 당국의 시각은 의외로 고운 것만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순한 방침 발표보다는 계열사 분리에 따르는 주식처분,임원경험 해소,내부거래 축소 등 실질적인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이 지난 91년 분리방침을 밝힌 전주제지 등 7개 계열사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 법적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계열기업에 머물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현재 삼성의 계열사수는 삼성측 주장처럼 48개가 아니라 아직도 확실히 55개라는 것이다.
재무부 관계자는 『삼성이 정리대상 기업의 숫자로는 제법 구색을 갖췄지만 이번 발표를 빌미로 그동안 자제해온 승용차 생산참여 의도를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제일제당의 경우도 형제간 지분이동에 지나지 않는 등 전체적인 계열사 매각의지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고 밝혔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