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이 고조되어왔던 카지노업계에 대한 사정이 드디어 착수됐다고 한다. 그동안 들끓는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지노를 외면해온 검찰·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비리척결에 나섰음은 여러모로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다.오랜 망설임끝의 사정이어서 그런지 결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도 아울러 고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를 사정기관들은 충분히 인식,철두철미한 조사 및 수사로 슬롯머신을 능가하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총체적 비리를 척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조치를 반기고 성과를 기대하면서도 또다른 걱정을 숨겨둘 수가 없다. 이번 카지노 의혹을 두고도 사정기관들은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비리있는 곳에 사정있다」는 문민시대의 자율사정 본보기를 국민앞에 보이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민치를 표방하는 새시대라면서 오로지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야만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하는 타성이 언제나 없어질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처럼 타율로만 움직이는 사정이라면,그 사정의 신뢰성 문제가 덩달아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못해 내키지 않는 일을 하려다보면 성의가 없게 마련이고,더구나 조사 및 내사에 나선 기관들이 정치·경제·언론 등과 함께 카지노 비호세력의 분류로 지목되기도 했던 만큼 또다른 문제가 당연히 제기된다 하겠다.
카지노에 앞서 사정이 진행된 슬롯머신 비리의 경우에도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다짐과는 달리 국회의원 및 안기부·검·경 간부와 업자들이 구색을 맞춘듯 일부 구속되긴 했지만 정치권 등 상층부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사정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지노의 경우도 슬롯머신 수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강조해둘 것은 카지노업계는 규모가 슬롯머신에 비할바 없이 큰데다 그동안 누려온 비호·특혜의 정도가 월등하고 비밀의 장막도 더욱 두텁다는 점이다.
우리가 여러차례 지적한바대로 카지노업계는 엄청난 탈세·외화도피·검은 정치자금 제공·폭력조직 유착 등의 공공연한 혐의를 받아왔으면서도 온갖 법령·행정상의 특혜에다 사정의 성역이라는 특권을 누려왔던 것이다.
상업 자본주의체제의 성공사례이자 「빠찡꼬의 나라」라고할 이웃 일본에도 없는 카지노가 좁은 땅덩어리에 13개나 허가받아 떼돈을 벌어온 것은 나라체면이나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이런 검은 업계를 「대부」라 불린다는 전모씨를 비롯한 두세명이 독차지하도록 오랫동안 방치해왔으니 그 속사정에 얽힌 비리의혹이야 오죽할 것인가.
모처럼 착수된 이번 사정이 단순 탈세적발 정도로 끝나면 오히려 면죄부를 안겨줄 수 있다. 차제에 검찰·국세청은 합동수사로 막강한 비호세력의 실체를 밝혀내고 탈세·외화도피 사실을 철저히 적발·조치해야 한다.
정부가 사정착수와 함께 카지노 운영제도를 개혁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그런 개혁은 엄정한 비리척결이 선행된 뒤의 것이라야 한다. 성역없는 조사 및 수사와 함께 시대정신에 걸맞는 자율사정을 이 기회에 정착시켜줄 것을 당부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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