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보궐선거가 이상하다. 개혁의 새바람속에 치러지는 선거치곤 더군다나 이상하다. 지난 4월 보궐선거가 사상 유례없는 자타 공인의 공명선거였고,이로 인해 새로운 선거문화 정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반가웠던 기억이 새삼스럽기만 하다.신선했던 개혁풍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 바람도 시작된지 불과 1백일 밖에 안된다. 그렇게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던 지난 보선도 따지면 50일도 채 안되는 기간이 지났을 뿐이다. 여야가 아무리 중시하는 이번 선거라지만 여야의 현지활동을 보면 잊어도 너무 빨리 잊는 습성을 그들은 갖고 있다.
당대표들부터 그렇다. 김종필 민자당 대표도,이기택 민주당 대표도 선거지역의 시장 상가를 한껏 누볐다. 또 양당의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당직자,소속의원들이 목하 유권자 접촉에 한껏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주말 유세장에는 3천명의 청중이 몰리는 열기를 뿜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열기는 선거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이라기보다는 현장의 과잉활동으로 유도된 이상열기라는 지적이 높다. 민주당이 요 며칠사이 『민자당이 온갖 수단을 동원한 불법·타락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의 포문을 「마구」 터뜨리는 것이 이상열기의 시점과 비슷하다.
또 민자당의 핵심 당직자는 『중앙당에서 대거 현지활동을 벌이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 없다』며 남은기간 「더 열심히」 나설 태세이다. 이대로라면 지금까지의 이상열기는 앞으로 사흘간 과열로 치달을 소지가 농후하다. 과열은 필시 타락을 수반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경험칙이었다. 「과열을 막기 위해」 중앙당이 안 나섰던게 4월 보선이었다. 중앙지원이 거셀수록 과열타락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여야의 지도자들은 6월 보선에서 만큼은 이 등식을 잊어버리기로 한 모양이다. 민자당의 경우라면 더하다. 4월로 거슬러 갈 것도 없이 이번 선거초반만해도 『중앙당은 안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던 민자당이었다.
우리 정치에서 국민들이 지겹도록 보아온 것중 하나는 상황에 따라,입장에 따라 말과 논리를 갖다 붙이는 정치인들의 편의주의였다.
보궐선거가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지더라도 공명선거를 하겠다는 다짐이 공허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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