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강경제재 명분쌓기 수순”/1·2차 실망 “또 한번 기회”/북 막판 태도변화 긍정 주시미 국무부에서는 7일 대변인 교체가 있었다. 2개월전에 임명돼 그동안 정오 브리핑 상황을 은밀히 관찰해온 마이클 매커리씨가 이날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소개속에 등단했다.
지난 4년간 국무성의 브리핑룸을 지키던 리처드 바우처가 대변인직을 떠남에 따라 그의 후임으로 이날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매커리의 첫 브리핑에서는 미북한간 제3차 고위급회담 발표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질문이 폭주했다.
질문 내용들은 『무슨 또 다른 기대가 있길래 차후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느냐』 『유엔 안보리 제재조치 결의를 위해 중국과는 협의가 됐는가』 『북한 유엔제재조치에 굴복할 것으로 보는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12일 이후에도 북한과 회담을 할 것인가』 등 안나오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풍성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매커리 대변인은 미북한 회담을 위한 미국의 목적은 첫째 북한의 NPT체제 복귀,둘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셋째 남북한 상호 핵사찰 수용 등 3가지라고 분명히 밝혔다. 1,2차 회담을 통해 미국은 실망했으며 북한에 또 한번 기회를 주기 위해 오는 10일 3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는 말만 거듭 되풀이했다. 공식 브리핑이 끝나면 마이크가 끊어지고 조명이 꺼진다. 대변인은 그러나 연단에 선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못했지만 배경설명 형식으로라도 아는 것이 있으면 더 털어놓으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매커리 대변인도 이날 첫 브리핑의 긴장에서 오는 이마의 땀방을 훔치고는 북한문제에 대해 한두가지 추가설명을 했다. 하나는 3차 회담이 북한측의 요구로 그동안 검토했다가 7일 아침에야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것과 1,2차 회담을 통해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면 북한이 남북한간 대화를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볼때 정말 실망스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실망에도 불구하고 3차 회담을 열기로 한 미국측의 태도는 몇가지 분명한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앞으로 있을 유엔제재조치를 비롯한 일련의 강경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서 나타났듯이 미국은 공격직전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뒀던 것이다. 당시 베이커 국무장관은 이라크의 타리크 아지즈 외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제네바 회담에 나가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하려 했었다. 아지즈는 국제여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베이커의 친서전달을 냉정히 거절했었다. 이라크는 미국의 기를 꺾은 것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세계여론은 이 친서전달 접수거부를 보면서 이라크야말로 「말로 해서는 안될 나라」라는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둘째는 북한에서 실제 모종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긍정적인 자세이다. 독재국가는 성격상 최고권력자에게 「이것만은 양보해야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참모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아부자들만 살아남는 것이 독재체제이며 최고권력자의 이미지를 격하시킬지 모른다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진실을 말하려들지 않는 속성이 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지난 며칠사이 변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적어도 핵문제에 관한한 북한에 어떤 양보도 할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문제를 갖고 미국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데 보탬이 되는 역할을 했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국제사회의 강경행위가 내려지기전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든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만일 그렇지 못하면 국제사회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강제로 제거하려 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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