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등 악재불구 정면돌파 승기/TV토론서 “프랑코망령” 결정타7일 최종결과가 발표된 스페인총선에서 온건좌익노선의 사회당이 승리한 것은 사회주의나 당의 승리라기보다는 펠리페 곤살레스 총리(51) 개인의 승리로 보인다.
선거 직전까지만해도 「유럽사회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불려온 스페인사회당은 최후의 가쁜숨을 몰아쉬는 비참한 신세였다.
각종 여론조사는 한결같이 우파국민당의 낙승을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사회당의 신승이었다.
중도우파 국민당은 지난 선거에 비해 34석을 더 얻으며 선전(1백41석) 했으나 1백59석의 사회당에 밀려 분루를 삼켜야했다. 사회당 역시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과반수에 16석이 모자라 신통치 못한 전과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82년 총선승리로 첫 집권에 성공한 곤살레스의 사회당정부는 이로써 연속 4번째 총선승리를 기록했다. 곤살레스정부는 그동안 온건노선의 경제근대화를 추진,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지속해왔으나 근년들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업률이 무려 22%를 넘어선데다 각료들이 관련된 금융스캔들이 줄줄이 터져나왔고 금융시장의 압력에 떼밀려 지난 8개월간 3차례나 페세타화 평가절하조치를 취해야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당마저 사분오열됐다.
곤살레스총리는 겹겹이 꼬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는 정면돌파외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내의 거센 반발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지지도가 바닥인 상태에서 왜 자진해서 결과가뻔한 선거를 5개월이나 앞당겨 치러 남좋은 일을 시키느냐는 것이었다.
반대여론을 잠재우면서 총선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곤살레스총리의 지도력덕분이었다.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당이 차세대지도자로 내세운 변호사출신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는 40세의 젊고 박력있는,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외모만큼이나 입도 차지고 매서웠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경기침체와 부정부패를 주요쟁점으로 삼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상대방의 아픈곳을 집중 공략했다.
양 호보간 1차 TV토론이 끝난 뒤엔 곤살레스측의 패색이 더욱 짙어졌다. 설득력 하나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다는 소리를 들어온 곤살레스였지만 어찌된 셈인지 상대방이 휘두르는 무지막지한 말의 몽둥이를 고스란이 맞기만 했다.
곤살레스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한것은 그러나 바로 이때부터였다. 2차 TV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곤살레스는 특유의 유창한 변설로 아스나르를 몰아붙였다. 아스나르의 최대약점인 경제문제에 대한 전문지식부족이 곤살레스의 혀끝에서 하나하나 드러났다. 궁지에 몰린 아스나르에게 곤살레스가 날린 결정타는 「독재망령」이었다.
36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른 우익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악령을 상기시키면서 곤살레스는 『스페인 국민들은 우익의 집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일갈했다.
손도 말못지않게 빨랐다.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스캔들의 책임을 물어 중간급당인사 1명을 사퇴시키는 것으로 출혈을 최소화하는 한편 국민의 신망이 높은 발타시르 가르손 범죄소탕담당판사를 수도 마드리드의 사회당 간판후보로 영입,막판 역전의 기틀을 다졌다. 결국 스페인 사회당의 승리는 곤살레스 1인극에 의한 것이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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