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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자세… 심기는 불편/「율곡사업」 감사보는 노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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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자세… 심기는 불편/「율곡사업」 감사보는 노 전 대통령

입력
199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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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에 맡겨… 결백”/옛 측근비리 충격·걱정/김 전 수석과 통화 “귀국해서 해명하라”노태우 전 대통령은 최근들어 좋아하는 테니스마저 끊을 정도로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고 한다. 가뜩이나 딸 소영씨 부부 외화문제,김종인의원 구속 등으로 마음이 무겁던 차에 율곡사업과 관련해 가까운 주변인사들의 비리혐의가 연일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는 등산이 유일한 나들이일이 만큼 극도로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측근들과 함께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옛날의 부하」들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율곡사업과 관련해서 비리라고 지적될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며 최소한 본인에게는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주변에 언급한 말들을 종합해보면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은 떳떳한 자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한 측근은 『다른 일도 그랬지만 노 전 대통령은 율곡사업에 대해서도 아랫사람들이 가져온 의견을 듣고 결재했을 뿐이지 본인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았다』며 『특히 중요한 사안일수록 본인의 성격상 아랫사람들의 결정에 맡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때문에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6공때는 대통령이 무기구입과 관련해서 정치자금을 받지도 않았고 받을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차세대 전투기사업과 관련해서는 당시 공군에서 최신 기종인 F18의 도입을 주장했으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한반도만을 작전권으로 할 때 F16으로도 충분하다는 반론이 제기돼 최종 결재과정에서 군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F16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결정과정을 알고 있는 한 인사는 『군에서 F18과 F16 등 두가지를 결재해 올렸으며 대통령은 전투기에 대해 소상이 알지 못해 군의 다수의견에 따라 결정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차세대 전투기의 도입과 관련해 결재권자였던 노 전 대통령에게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전혀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가까운 친척중 한사람은 『만일 로비를 받고 F16을 도입하기로 했다면 처음부터 F16으로 했을 것이지 왜 F18을 도입키로 했다가 F16으로 바꿨겠느냐』면서 『결정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가지 장단점이 고려돼 F16으로 최종 결정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세대 전투기 도입처럼 굵직한 문제나 대통령이 관심을 가졌지 그밖의 소소한 무기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일일이 챙기지 않고 그냥 아랫사람들의 의견에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김종휘 전 외교안보수석의 계좌에서 출처불명의 거액이 발견됐다는 보도에 크게 놀라면서 재직시 신임했던 부하들이 비리혐의자로 거명되는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누구든지 율곡사업과 관련해서 뇌물을 받았다면 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기본입장을 갖고 있으나 주변인사들의 비리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그럴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수석은 노재봉 최병렬 김종인의원 등과 함께 노 전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던 사람이어서 걱정의 강도가 센 것처럼 보인다. 지난 7일 아침 연희동을 방문,노 전 대통령을 만난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수석을 상당히 걱정하면서 「그럴 사람이 아니다. 감사원이 다른 돈을 잘못 알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까지 말했다』고 노 전 대통령의 심기를 전했다. 이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 자리에서 방미중인 김 전 수석과 통화를 해 경위를 듣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전화통화에서 『커피 한잔도 업자들과 안마시려고 노력했었다』라고 비리혐의에 대해 펄쩍 뛰면서 『나를 믿어달라』고 말했으며 이 말을 전해들은 노 전 대통령도 『그 사람이 그럴리가 없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나아가 김 전 수석에게 『별일 없으면 빨리 귀국해서 해명하는게 나올 것』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밖에도 비리혐의자로 거론되고 있는 군관계자들에게도 측근을 통해 전화통화를 해 당사자들간의 「결백」을 청취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측은 그러나 전직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하나라도 드러나게 될 경우 6공의 도덕성이 국민들로부터 의심받게 되는 것은 물론 노 전 대통령 자신에게까지 의혹의 눈길이 뻗치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또 노 전 대통령은 결백하다 하더라도 최고통치권자로서 국가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형성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사정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쩍 『모든게 다 내 책임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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