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이후 무력도발 심화/USCSDM 양파벌 힘겨루기지난해 12월 미 해병대를 비롯한 유엔평화유지군의 「희망회복작전」으로 장기내란이 평정된 것처럼 보이던 소말리아사태가 지난 5일 반군 무장세력이 평화유지군을 공격,1백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으로써 다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소말리아의 2대 군벌중 하나인 모하지드 파라 아이디드가 이끄는 무장병력은 지난 5일 수도 모가디슈의 한 방송국 근처에서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파키스탄군을 매복 공격했다. 이에 따른 양측의 교전으로 40여명의 사상자를 포함해 1백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유엔평화유지군의 인명피해는 지난 61년 콩고사태 당시 유엔군 소속으로 평화중재에 나섰던 가나군이 게릴라들의 기습으로 44명이 사망한 이후 32년만에 최대규모이다.
이번 사태는 우선 서방측의 대소말리아 평화유지 작전권이 지난 4월26일 미국으로부터 유엔으로 이관된뒤 잠잠했던 파벌간의 갈등이 재분출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아이디드가 주도하는 통일 소말리아회의(USC)가 적대 무장세력인 소말리아 민주운동(SDM)에 점차 세가 밀리게 되자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유엔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수도 모가디슈를 반분통치해온 USC는 그간 유엔이 라이벌 SDM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91년 1월 독재자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대통령을 함께 축출했던 15개 파벌은 이후 내전에서 대충 정리돼 결국 양대세력으로 귀착됐었다.
소말리아 내전정파중 병력과 무기면에서 최대인 USC가 파키스탄군을 우선 공격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전력면에서 우위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5백명 규모의 파키스탄군은 올초부터 구호품 배급 및 수송을 전담해왔기 때문에 소총과 연막탄 등으로 경무장,자위수단이 미약한 상태였다.
또한 지난 캄보디아에서 일본 파견원이 피살된 것과 같이 유엔평화유지군의 구조적인 약점 때문에 쉽게 공격에 노출됐다. 파키스탄군을 포함한 모든 소말리아 파견 유엔군은 공격을 받을 경우에 한해서만 응전할 수 있는 등 임무수행을 위한 재량권이 극히 제한돼 있다. 유엔군내 다국적군을 지휘하는 명령체계가 허술하고 권한지역이 중복되는 등의 약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지난해 12월9일 미국 등 서방측의 소말리아내전 개입이 본격화된 이후 현재 1만7천7백명의 유엔군이 소말리아 주요지역을 장악하고 있지만 각 무장세력들의 도발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강력한 미군이 유엔으로 작전권을 이양하자 반군세력은 평화유지군을 얕잡아보는 경향이다.
따라서 소말리아 군벌의 무장해제와 인도적 물품의 안전공급을 주목적으로 한 유엔은 6일 안보리를 소집,강경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사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함께 유엔과 국제기구 관리요원들을 위험지역으로부터 소개하는 한편 유엔주도의 구호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도 취했다.
취임이후 소말리아사태를 제3세계 문제해결의 본보기로 삼고 있는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소말리아의 평화유지 활동을 방해하는 어떠한 세력의 무력도발행위도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아이디드의 USC세력에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무장세력에 의한 유엔군의 피습은 유엔의 국지분쟁 해결능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어 유사한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이번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게 유엔측 입장이다.
따라서 파키스탄,한국 등 30개국의 다국적 병력이 구성원을 이루고 있는 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군은 지휘권의 재정립과 작전권한의 대폭적인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에 2백50명의 병력을 파견하기로 하고 이달말 1진 20명을 먼저 현지 조사차 급파할 예정인 우리나라로서도 소말리아 사태의 추이는 걱정스런 시선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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