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취임 백일회견에 이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이기택대표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 정부의 개혁조치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문민정부의 강력한 개혁선풍에 밀려 입지조차 잃은듯 하던 야당이 오랜만에 제소리를 낸 셈이다. 김 대통령의 개혁조치에 그저 잘한다고 박수만 치던 국민들도 이제는 한숨 돌리고 앞으로의 전개방향을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는 터에 야당이 모처럼 해야 할 얘기를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이 대표의 회견은 우선 새 정부의 개혁조치가 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지난 정권들에 비해 과감한 측면이 있으며 뼈를 깎는 아픔도 감수하면서 과거정리를 하고 있는데 대해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제한 것은 국민의 현재 공감대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게 민주당의 시각이자 평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동안의 시각이자 평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동안의 개혁에 있어서 미치하고 편파적이며 때로는 초법적으로 강행한 무리한 면이 있었다는 뜻이겠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것 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마도 야당의 존재를 좀더 강조하려는 뜻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김 대통령이 앞서 취임 백일회견에서 개혁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반성이 없었고 앞으로의 개혁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 대표의 이날 회견은 그 대안으로서 경청할만한 대목이 많은 것 같다.
우선 이 대표가 제시한 10대 청산과제와 10대 개혁과제는 새 정부가 개혁의 청사진을 만드는데 수용하고 참고할 것들이 많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상적인 목표로서 설정한 것도 있지만 상당부분은 국민의 공감을 살만한 것들이다.
그리고 「신정부가 슬롯머신과 동화은행 비자금 조사과정에서 권력의 핵심을 제쳐 놓았다」든가 「카지노에 대한 수사포기는 정부의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는 대목은 사정의 형평성과 관련,다수 국민의 불만을 대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신권위주의의 출현을 경고한 대목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개혁을 더욱 줄기차게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몇몇 측근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여야와 국회,국민의 동참을 촉구 유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존재가 미미하게 보였던 야당으로서 자기반성에 대한 언급이 없음은 섭섭하게 느껴지나 「앞으로 지도부가 잘못해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 진로를 심각하게 재고하겠다」는 말로 반성의 표시를 대신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날 회견은 전반적으로 볼때 새 정부의 개혁에 대한 대응방안에만 치중한 나머지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정책구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회견 자체가 너무나 국내정치에만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시야를 더 넓혀 경제문제는 물론이고 국제문제 통일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고루 언급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특히 북한 핵문제는 지금 분초를 다투어 해결해야 할 국제적 민족적 관심사인데 이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는 것은 국민적 공당으로서 양식과 식견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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