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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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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한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믿기 때문에 괴로움을 되씹으면서도 아무말 않겠다』 고 운석 장면 국무총리가 61년 5·16쿠데타로 실각한후 근 5년간 와병·칩거하다가 운명하기 얼마전 측근에게 한 말이다. ◆운석은 건국이래 명멸한 숱한 정치지도자들중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이었다. 철저한 민주주의 신봉자로서 정치인이라기 보다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사에 있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도자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 사실 어느면에서 그는 구미와 같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국가에서 정치를 했어야할 인물이었다. ◆그가 이승만정권의 독주와 강압적 분위기,그리고 국익과 당리보다 각 계파의 이해가 앞서는 각박한 야당판에서 정치를 했고 천신만고끝에 집권했으나 반대세력인 민주당 구파­신민당과 당내 소장파 등의 끊임없는 시비와 도전에 시달리다가 쿠데타를 맞이한 것은 어쩌면 숙명적인 비극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생애는 광복전에는 교육자로서,그리고 8·15후에는 입법의원 제헌의원 유엔총회 대표 주미 대사 국무총리 민주당 최고위원 부통령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것이 말해주듯 국가와 민주발전을 위해 큰 공을 쌓았다. ◆사실 민주당 정권 9개월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로 나올 수 있겠으나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 국민의 기본권을 힘껏 펼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분위기를 확보했던 것은 우리 헌정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임이 분명하다. 쿠데타 세력이 무능과 부패로 몰아붙이면서 강조했던 집권기간중의 정쟁과 잇단 데모 등에 의한 시국불안이라는 것도 민주체제로 가기 위한 필연적인 진통과정으로 봐야할 것이다. ◆지난 4일 상오 서울 세종로 성당에서 열린 고 장면박사 서거 27주년 추도미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유별난 감회에 젖었다. 이들은 『장 박사야말로 5·16 쿠데타의 최대의 피해자였다. 김영삼대통령이 5·16을 쿠데타로 규정한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반기면서 오는 30주기 때는 동상건립 등 기념사업을 펴기로 했다. 제2공화국과 장 박사에 대해서는 이제 새로운 평가작업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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