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짙푸른 녹음의 계절이다. 6월의 태양아래 해당화와 장미가 타는듯 피어 교태를 자랑하고 있다. 주먹만한 덩굴장미가 앞집 담너머로 방긋 웃는다. 사람의 왕래보다 장미의 왕래가 먼저라는 각성과 함께 도시생활의 삭막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겨울과 초봄을 빼고 연중피는 장미는 꽃중의 꽃이다. 모든 꽃이 다 그렇지만 활짝 피었을 때보다 꽃봉오리가 맺혔을 때가 더 아름답다. 만개후 떨어진 장미꽃잎에서는 「화무십일홍」의 무상을 느낀다. 김영삼대통령의 1백일 사정한파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고관대작들의 추한 몰골에서는 「권불십년」의 교훈을 깨닫는다. ◆김영삼 문민정부가 추진한 개혁 1백일에 대해 압도적인 다수의 국민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일보와 미디어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은 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아주 잘한다」 32.7%,「잘한다」 63.3%로 모두 95%의 절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의 공정성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공정하다」 14.9%와 「비교적 공정하다」 58.7%를 합쳐 73.6%가 대체로 공정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유의할 점은 「별로 공정치 못하다」 20.1%와 「전혀 공정치 못하다」 2.4%를 합친 22.5%가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 대통령의 사정개혁엔 박수갈채를 보내면서도 군인사 비리수사에서 육군을 제외했다든가 동화은행 비리수사에선 이원조의원과 이용만 전 재무를 해외에 나가도록 방치하고 박철언의원만 구속했다는 등 사정의 한계를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정부의 개혁 1백일은 사정의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 대통령은 앞으로 표적수사,정치보복,인치사정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법과 제도에 따라 형평에 맞게 성역없는 사정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하루아침에 반대로 돌아설 수도 있다. 국민의 참여없는 위로부터의 개혁만으론 성공하기 힘들다. 30여년만에 들어선 문민정부라는 토양에서 민주개혁이란 장미꽃이 활짝 필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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