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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일 총선/유럽사회주의 몰락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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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일 총선/유럽사회주의 몰락 기로에

입력
199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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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부패로 현 정부 인기급락/최근 여론조사 우파 국민당 근소리드11년째 스페인을 이끌고 있는 펠리페 곤살레스 총리가 6일의 총선에서 과연 기록적인 4기 연임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40세의 세무관리 출신 야당 지도자 호세마리아 아즈나르가 총리직을 넘겨받을 것인가.

스페인 총선의 향방은 투표를 하루 앞두고도 한치앞을 가늠하기 어렵다.

선거 1주일전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곤살레스 현 총리가 이끄는 노동자 사회당이 34.5%,아즈나르 당수가 이끄는 우파 국민당이 34.8%였다.

82년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집권한이래 86년과 89년(조기총선) 선거에서도 역시 안정 과반수 득표에 성공했던 스페인 사회당이 처음으로 그것도 우파에게 정권을 이양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체 3백50명의 하원의원을 직선과 비례대표제로 뽑게 되는 이번 총선은 곤살레스 총리에게는 도박이다. 그는 지난 4월12일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수개월 앞서 실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었다. 조기 총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이 확실해지자 곤살레스가 던진 승부수이다.

사회당 인기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프랑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업문제와 정치 부정부패였다. 실업자 3백30만명에 실업률은 서방선진국중 가장 높은 22%로 개선의 기미가 없다. 우파는 하루에 3천여명의 새로운 실업자가 탄생하고 공격한다.

전형적인 정경유착 방식을 통해 정치자금을 조달한 「필레사스캔들」 등 잇달아 터진 정치인의 부정은 당의 신뢰도를 무너뜨렸고 당내 분열을 깊게 했다.

지난해의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세비야 박람회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사회당이 몰락하리라고 점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같은 대역사에도 불구하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국면전환을 노린 곤살레스의 정치적 모험은 순전히 그의 높은 개인적 인기와 국민의 정치성향에 기대를 건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곤살레스는 우파 지도자인 젊은 아즈나르에 비해 훨씬 높은 인기를 여전히 누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원해온 스페인 국민들은 정책보다는 인물을 중시하는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

또한 프랑코 독재의 망령을 갖고 있는 장년층 유권자들의 우파에 대한 생리적 거부감도 사회당의 패배를 단정지을 수만은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파는 호기를 잡고 변화와 개선을 부르짖고 있으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게 약점이다. 또한 아즈나르가 89년 총선이래 통합우파인 신생 국민당을 잘 이끌어왔으나 아직은 정치적 경험이 적어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고 국제적 지명도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최대 부수인 엘 파이스지는 「너무 젊고(too green) 너무 익었다(too ripe)」는 표현으로 두사람을 적절히 비유했다.

결과는 선거 전날까지도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20%에 달하는 엄청난 부동표의 향방에 달려있다.

현재로서는 어느쪽이 승리하든 안정의석 확보에는 실패,군소 및 지역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스페인은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양당제가 시작될 수도 있다.

만약 사회당이 패배한다면 국내적으로는 프랑코 사후 18년만에 최초의 실질적인 우파정권이 합법적으로 들어서는 것이며 국제적으로는 유럽사회주의가 프랑스에 이어 몰락의 길을 재촉하는 것을 의미한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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