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모종임무」부여… 회생설 부상/최 의원측 국민여론 봐가며 시기 탐색『최형우가 올라온다』
둘째아들의 대학 부정입학사건으로 민자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나 장기칩거에 들어갔던 최 의원이 오는 9,10일께 50여일간의 은둔생활을 털고 서울에 모습을 나타낼 예정이다.
새정부 출범 초기에 개혁의 선봉장역을 맡았던 최 의원의 상경은 지난 1백일동안 사정바람을 중심으로 한 개혁정책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 의원의 상경이 「자발적인 것」이라기 보다 의원외교의 특사를 맡아달라는 김영삼대통령의 「임무부여」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형우는 이제 복권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상경이후에도 여전히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본인의 얘기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최 의원의 중앙정치무대 복귀를 시간문제로 보는 견해마저 있다.
지난 4월14일 아들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사무총장직을 내놓은 최 의원은 바로 지방여행을 떠나 4월19일부터는 속초의 바닷가에 있는 친구집에서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그는 당시 서울을 떠나며 측근들에게 『죄가 있어서 물러난다기보다는 내가 비켜야 대통령의 개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 의원의 생활은 측근들이 『도를 닦고 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자숙과 사색으로 채워졌다. 아침이면 바닷가에서 뛰거나 산을 오르며 운동을 하고 낮에는 유명한 절을 찾아 스님들과 선문답을 나누었다.
최근 최 의원을 만나본 사람들은 『옛날의 투사적 이미지는 없어지고 선문답의 대가가 돼버렸다』며 그를 「온산거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치현실에 관한 언급은 피하면서 『낭떠러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살아남으려고 발버등치다가 뚝 떨어지고 보니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는 등 알쏭달쏭한 말만 한다고 한다.
한번은 집안의 불빛을 보고 달려들다 벌레들이 유리창에 부딪쳐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앞만 보고 달리다보면 저 꼴이 되지』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최 의원은 지방행을 두고 처음에는 정치권에서 『이제 그는 끝났다』는 해석에서부터 『총을 맞기는 했지만 치명상을 입은 것은 아니다』 『그는 죽지않고 반드시 살아날 것이다』는 등 갖가지 견해가 엇갈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형우는 끝났다』는 소리가 차츰 잦아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 의원의 측근이나 민주계쪽 인사들은 물론 처음부터 그의 정치적 사망설을 부인했다. 그가 속초에 머무른지 일주일째 된 4월25일 김 대통령이 직접 전화을 걸어 『아들 일은 알고 보니 별 것 아니더라. 푹 쉬다 올라오라』고 한 것이 그 증거중 하나라고 말한다.
임시국회 회기중에도 최 의원은 계속 속초에 머물렀으나 김 대통령은 일주일에 2∼3차례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말 아들 현철씨를 직접 속초로 보내 최 의원에게 특사임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최 의원은 그제서야 속초를 떠나 처가가 있는 포항을 거쳐 지금은 고향인 울산에 머무르고 있다.
최 의원이 속초에 있는 동안 다녀간 민자당 의원이 50명을 넘는다는 사실도 그가 「꺼진 불」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최 의원측에 의하면 방문객의 대다수는 민정계 의원들로 그중에는 3,4선급의 중진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 의원의 상경소식이 전해지자 민주계에선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황명수 사무총장도 『이제는 서울로 올라와 일을 해야지』라고 말했고 박관용 청와대 비서실장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최 의원이 언제 큰 죄라도 지었느냐』며 그의 복귀를 반겼다.
최 의원의 중도하차로 인해 상대적으로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온 김덕룡 정무1장관측에서도 『큰 산이 없어지는 바람에 모든 화살이 우리에게 쏠려 그동안 부담이 컸다』면서 『역시 개혁정국에서는 최 의원 같은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최 의원측은 비록 상경은 하지만 본격적인 정치복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최 의원 자신도 『아직은 내가 나설 단계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속마음으로는 다시 나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자신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때」를 기다리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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