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 「충격조치」 수정/설비투자 촉진 노린 고육책□재벌정책 완화내용
▲기업분할 및 투자회수 명령제 도입 백지화
▲금융업 및 언론·방송업 진출 제한 백지화
▲재벌은행 부채의 출자전환 방침 백지화
▲금융기관의 재벌주식 보유 확대 유보
▲소유 경영분리 촉진 대신 소유분산만 추진
▲출자총액 한도 축소방침 완화(당초 현행 순자산의 40%에서 25∼30%로 인하조정)
▲계열사 채무보증 축소 방침 완화(당초는 96년 4월이후 완전금지 또는 1백% 이하로)
▲그룹 연결재무제표 의무화방침 완화(96∼97년 시행검토로 후퇴)
정부의 대재벌정책이 당초 방침에서 크게 후퇴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신경제 5개년 계획 작성지침과 공정거래부문 정책협의회를 통해 재벌의 소유분산 촉진과 업종전문화를 추진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수단을 내놓은바 있다. 정부는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거센데다 정부 정책변화에 따른 불안감으로 업계의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재계가 「너무 과격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거의 대부분 삭제해 버린 것이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스케치해놓았다가 고양이를 그리겠다고 수정한 꼴이다.
가장 많은 논란을 벌였던 것은 ▲기업분할 명령제 및 투자회수 명령제 ▲재벌의 금융업 및 언론·방송업 진출제한 ▲재벌의 은행 부채를 출자로 전환하여 대출금을 주식으로 상계처리하는 방안 ▲금융기관의 재벌기업 주식보유 확대 등이다.
정부는 재벌들로 봐서는 충격적인 조치인 이같은 정책들은 「원칙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최종 발표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부는 재벌그룹 총수들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항인 소유분산정책과 관련해서도 당초에는 강력한 소유분산과 함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촉진키로 했으나 최종안에서는 소유와 경영분리 항목은 슬그머니 삭제해버리고 소유분산 촉진만 추진키로 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아래 우선 소유분산에 역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또 재벌그룹 계열사끼리의 상호 채무보증을 96년 4월부터는 완전 금지하거나 자기자본의 1백%(현재는 96년 3월말까지 2백%로 축소키로 되어 있음)로 대폭 축소할 방침이었으나 최종 발표에서는 『96년 3월에 가서 채무보증한도 추가 인하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크게 후퇴하고 말았다. 재벌그룹 계열사의 출자총액한도도 현행 순자산의 40%에서 25∼30%로 인하할 계획이었으나 『인하조정을 검토한다』로 수정했다. 재벌그룹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결재무제표 작성도 당초 신경제 5개년 작성지침으로는 계획기간중에 「의무화」하기로 했었으나 최종안에서는 5개년 계획이 끝나는 시점인 「96∼97년 의무화 검토」로 크게 물러서고 말았다. 통상 정부당국이 확정적으로 발표한 사실을 나중에 검토하겠다로 수정할 경우 흐지부지되는 것이 관행이어서 이들 검토대상 정책들이 실행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는 충격적인 조치 대신 과거 노태우정권 때부터 추진해온 ▲계열사간 부당한 내부거래 규제 ▲계열사간 상호 채무보증 축소 ▲하도급거래 부조리 척결 등을 보다 강력히 시행,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소유집중 문제를 해결해가기로 했다. 정부의 대재벌정책의 기조가 과거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당국자는 『현실적으로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로 통하는 재벌문제를 칼로 무베듯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재벌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갖고 있는 만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대통령은 당초 『대기업주가 너무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5%의 지분으로도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한바 있다. 김 대통령은 또 3·19 경제담화를 통해 『대기업은 전문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이 발언이후 정부는 강력한 내용을 골자로 한 대재벌정책 시안을 내놓았고 재계는 이를 재벌해체나 통폐합의 서곡으로 인식,투자를 않는 등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충격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재계를 안심시켰고 공정위가 이날 아주 약화된 내용의 재벌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수정은 설비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되나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소유집중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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