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형」은 중국 신화통신사 홍콩분사가 발행하는 잡지이다.시사잡지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기관지 성격이 강해 평소 관심을 끌지 못하던 이 잡지가 지난해 6월 모든 홍콩 언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 반체제운동의 「원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79년 「민주의 벽」사건의 지도자 위경생을 비롯,6·4 천안문사태 관련 반체제 지도자들의 옥중생활을 담은 컬러사진을 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당시까지 옥사설이 끈질기게 나돌았던 위경생이 이를 드러낸채 웃으며 의사의 진찰을 받는 사진은 옥중에서 이빨이 모두 빠졌다는 소문도 있었던 터라 보는 이로 하여금 고소를 금지 못하게 했다.
자형은 올 6월호에도 지난 4월1일 강택민 총서기겸 국가주석이 행한 연설을 6·4기념일을 앞두고 전문게재,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는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
「앞으로의 경제활동 방향」(당전적 경제공작)이라는 이 연설문의 요지는 인플레 등 개혁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한편,개혁을 보다 심화하자는 내용이다. 2개월전에 행한 연설이 왜 지금와서 게재됐는가하는 의문은 인민일보를 비롯한 북경의 주요 일간지들의 이를 전제한 방식 때문에 증폭된다. 북경의 주요 일간지들은 2일자에서 하나같이 1면 머리로 또 제목단수도 똑같게 이 연설문을 전문게재했다. 강택민의 이름을 제목밑에 단 것이라든지 말미에 자형 6월호에서 전재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까지 모두 똑같았다.
이것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경제과열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내외에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2개월동안 공개되지 않은 것은 그동안 보혁세력이 「문을 닫아걸고」 논쟁을 벌였기 때문이며 이제 공개된 것은 보다 개혁을 심화해야 한다는 개혁파의 주장이 마침내 승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개혁의 부작용을 두드러지게 강조한 점을 들어 남순강화이후 추진돼온 고속성장정책에 제동을 걸겠다는 등소평에 대한 도전장이라는 정반대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자형을 통해 중국 지도부가 알리고자 한 메시지는 복잡한 중국 사정이 반영하듯 지난해처럼 단순 명쾌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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