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새 문민정부가 4일로 출범 1백일을 맞았다. 백일이란 짧은 세월임에 틀림없지만 그동안 일어났던 변화를 돌이켜보면 몇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느낌이다. 그만큼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에 의해 과감한 개혁이 단행되었고 국민은 이에 아낌없는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취임 백일에 즈음하여 3일 청와대에서 가진 김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러한 변화와 개혁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우선 횐경방식부터 과거의 권위주의시대와는 대조적이었다. 질문과 답변이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던 여러명의 전직 대통령 회견과 달리 외국기자까지 참석한 가운데 즉석질문 답변으로 일관했다.
개혁과 개방을 표방해온 김 대통령다운 스타일이었다. 분위기가 자유스럽고 자연스러웠다는 평가들이다.
이날 회견에서 받은 또 하나의 인상은 자신감에 차 있는 김 대통령의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말솜씨도 상당히 다듬어졌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명쾌하고 단호한 태도로 답변함으로써 「강력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풍겼다.
개헌문제에서부터 대북한 정책,정계개편설,5·16에 대한 평가,폭력시위에 이르기까지 주요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소신을 밝힘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김 대통령은 이 회견을 계기로 정말 백일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인상을 준다. 과거의 군사문화 유산을 청산해야 하는 역사적 시점에서 개인적인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방과 개혁정책을 강력히 밑어붙임으로써 국민의 인기를 차지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가 대중정치인 출신이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한듯 싶다.
사실 따지고보면 지금까지의 개혁은 김 대통령 혼자서 밀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여당이 있긴 했지만 이들중 일부는 때로는 개혁열차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개혁신당의 출현가능성을 점치는 정계개편설까지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김 대통령 혼자만이 개혁의 스타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몰고가는 개혁바람은 오래가기 어렵다. 정부·여당이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고통을 함께하는 개혁주도 세력이 되어야만 견인차역할을 할 수 있다. 개혁정책 아이디어도 청와대보다 한발 앞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하는 시늉만 내고 돌아서면 투덜거리는 지금의 분위기로는 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김 대통령의 이날 회견에서 강조한 것처럼 국민 각자의 마음가짐이다. 국민 각자가 개혁의 주인공이요 스타라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업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대통령 혼자만이 스타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스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의식을 바꿀 때가 왔음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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