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리 인하·경제규제 완화/경기·근로의욕 활성화 “시동”세찬 사정한파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의 열기가 더해가고 있다. 과거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설비투자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생산능력 증가율이 올들어 4개월째 제자리걸음(0%)을 하고 있는 등 지수로 본 향후 경기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두가지 경제현상은 취임 1백일째를 맞은 김영삼대통령의 경제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핵심요소라고 볼 수 있다. 새정부 1백일의 평가는 『김 대통령은 집권 1백일동안에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괜찮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어서 지수상으로는 다소 불투명하게 보인다』고 요약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주가는 그 나라 경제의 거물이다. 주가에는 현재의 경제상태와 미래의 경제전망이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사정개혁,자금추적,경기전망 불투명 등의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뛰는 이유는 투자가들(특히 외국 큰손들)이 우리 경제의 장래,구체적으로는 김영삼대통령 집권 5년간의 경제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31일 7백52.31을 기록,김 대통령 취임이후 1백8포인트나 올랐다.
김 대통령은 취임당시 우리 경제를 위기국면으로 판단,경제비상조치 성격의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경제정책을 시작했다. 「3·19 경제특별담화」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김 대통령은 취임후 첫 대국민 담화의 주제를 경제로 잡아 ▲공금리 인하 ▲공무원 봉급 동결 ▲공공요금 동결 ▲공산품값 안정 ▲임금 및 추곡수매가 안정 등을 골자로 한 경제회복책을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자율경제를 내세우면서도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위기타개책으로 가장 비자율적 정책(가격동결 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같은 고통분담정책은 경제행정 규제완화와 함께 김 대통령 취임 초기 경제정책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통령은 「신경제 1백일 계획」을 통해 이를 구체화시켰다. 현재 성안중인 「신경제 5개년 계획」은 중장기 경제정책이다.
김 대통령은 경제회복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을 정도로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말대로 어느 경제전문가도 고안해낼 수 없었던 경제정책 두가지를 실천중에 있다. 정치자금 안받기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자금 안받기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 병폐였던 정경유착을 청산,대출부조리 입찰부조리 세금부조리 등의 척결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을 정상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직자 재산공개의 가장 큰 경제적 효과로는 부동산 투기심리의 봉쇄라 할 수 있다.
새정부 경제팀의 팀웍도 경제분위기 쇄신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과도한 팀웍과시는 생산적인 토론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지만 과거에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일그러졌던 점을 감안할 때 전체적으로는 무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취임초 금융실명제와 금리자유화 시기를 놓고 경제기획원 재무부가 이미 발표한 사실을 이렇다할 명분없이 부인하는 등의 혼선을 빚은 것은 새정부의 신뢰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했다. 실무부처가 청와대의 의중을 몰라 우왕좌왕한 대표적인 예이다. 그후 과천 경제부처에서는 청와대에 주눅이 들어 정책아이디어 개발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재벌정책과 토지정책도 마찬가지다. 업종전문화와 소유분산을 골자로 한 재벌정책의 경우 재벌그룹이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어 신중을 요하고 있다. 정부 관련부처는 그런데도 충분한 내부 검토없이 저마다 과격한 안을 내놓거나 슬그머니 흘리고 있어 업계의 투자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소득없이 대가만 지출한 것이다. 재벌정책은 김영삼정부의 가장 큰 숙제중의 하나이다. 경제정책의 뼈대인 토지정책도 건설부가 발표한 안에 농림수산부가 뒤늦게 이의를 제기한 상태에서 조정작업이 이뤄졌었다.
정치현안이 되어 버린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는 김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자들이나 모두 『반드시 실시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는 극비사항으로 되어 있다. 역대 정권들이 두번이나 실패한 금융실명제 또한 김영삼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새정부는 재벌문제 금융실명제 등 「뜨거운 감자」에 대한 정책의지를 초기에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정부에 대한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김영삼대통령은 특히 만년하청격의 금융자율화에 큰 획을 그었다. 역대 정권이 말로만 떠들었던 은행장 자율선임을 실천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서울신탁은행 등 공석이 된 은행장 선임과 관련,『정부는 일체 간섭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모두 은행자율에 의해 은행장이 선임되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김영삼대통령 취임 1백일동안에 우리 경제가 과거의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나 「움직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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