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은 31일 사고지구당 위원장 모집공고를 내면서 14개 사고지구당 가운데 13개 지구당만 모집공고를 냈다.김종필 대표위원이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내놓은 충남 부여가 빠진 것이다. 그 자리는 이미 김 대표가 지목한 사람이 내정됐기 때문에 모집공고를 내지 않았다는게 민자당의 설명이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민자당이 모든 당무를 공개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천명했던 의욕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민자당측도 할 말은 있다. 김 대표가 지구당 위원장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특정인을 후임자로 천거한데 대해 모든 당직자들이 동의했으니 구태여 번거롭게 모집공고를 내 「되지도 않을 사람」들을 고생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측근들도 『어차피 그 사람이 될텐데 신청을 받는다는게 「눈가리고 아웅」인 것 같고 또 어른스럽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정치현실이 지구당 위원장을 자유경선에 의해 뽑아야 한다는 정치학원론을 좇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4·23 보궐선거를 치른 3개 지역이나 오는 11일 보궐선거가 있는 3개 지역의 후보들도 사전에 내정이 됐었고 공개적인 공천신청은 요식행위였다는게 당내의 정설로 돼있다.
또 이번에 뽑게되는 사고지구당 위원장자리 가운데도 벌써 4∼5개는 이미 내정돼있다는 얘기조차 들리고 있다. 서울의 어느지역에는 외국대사로 나간 인사를 위해 15대 총선 때까지 「자리를 지켜줄 사람」을 선정할 것이라는 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자당의 조직책 공모는 공당의 중요한 정치행위이다. 김 대표가 특정인을 지목했다면 공개심사 과정서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공모단계에서부터 다른 인사의 참여를 원천 배제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지역구를 사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리고 특정인 지목을 놓고 개혁정국의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뒷거래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김 대표가 천거한 인사는 돈많은 재벌급 건설회사 사장이다. 김 대표의 시대착오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민자당 조직책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흐려놓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나 부여에 대해 공개신청을 받아 형평성있는 심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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