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90% 참가… 예상외 공정·평온/시아누크공 대통령 피선 새 관심내전의 수렁에서 캄보디아를 구하기 위한 6일간의 역사적 총선이 끝나 29일 개표가 시작된 가운데 과연 누가 새로운 정권을 이끌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반 개표결과는 야당인 민족연합전선(Funcinpec)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대세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최종결과는 빨라도 3일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의 승자는 훈센 총리와 민족연합전선인 푼신펙(Funcinpec)을 이끌고 있는 시아누크공의 아들 라나리드공으로 압축되고 있다.
유엔 임시행정기구(UNTAC) 당국은 이번 총선이 크메르 루주측의 산발적인 무력공격 등 선거방해로 얼룩지기는 했으나 4백76만명의 등록유권자중 90%가 투표에 참가,당초의 우려보다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 당국은 이번 총선이 정통성을 가진다고 보고 총선결과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번 선거를 방해하겠다고 공언했던 크메르 루주는 유권자의 높은 투표참가가 입증했듯이 대중적 지지기반을 급속도로 상실했다. 이에 따라 훈센 총리,라나리드공,손 산 전 총리 등 3대 세력은 유엔의 중재하에 총선후 크메르 루주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통합군을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3개월간의 과도기를 거쳐 새로운 합법정권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시아누크공은 국가최고회의(SNC) 의장자격으로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석을 차지한 인물을 새총리로 임명하게 된다. 이어 새로 구성되는 국회는 민주헌법을 기초,채택할 예정이다.
91년 10월의 파리 평화협정에 따라 제정될 새 헌법은 제헌의회 재적대의원(1백20석)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채택하게 되어있는데 이번 총선에서 3분의 2 이상이나 과반수 의석을 획득할 수 있는 정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아누크공은 「과반수 통과」로 수정 제의해놓고 있다.
캄보디아의 새로운 정치체제 수립과 함께 이 나라 정계의 대부인 시아누크공(71)의 역할과 위상에도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SNC 의장으로서 중립적 입장에 묶여있던 시아누크공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영화광인 그는 최근 자신이 감독한 20편의 영화를 전국에서 상영케해 이미지 구축작업에 나섰다.
시아누크공은 새 국회가 대통령제를 채택,자신을 강력한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프로그램을 그리고 있다. 그의 아들이 승리할 경우 그의 꿈은 쉽게 성취될 수 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있는 라나리드공은 자신이 승리할 경우 『아버지가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천명한바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시아누크공이 대중적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70년 론놀의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난후 20여년간 해외에서 떠돌이 망명생활을 해 국내 정치기반이 취약한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한 훈센 총리가 승리할 경우 실권없는 명목상의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식의 강력한 대통령제를 주장했던 시아누크공은 총선 막바지에 『새 국회가 대통령제를 채택하든 입헌군주제를 채택하든 이를 수용하겠다. 또한 미국식의 강력한 대통령제든 독일식의 허약한 대통령제든 상관치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이 어떤 형태로든 권좌에 앉겠다는 의사표시다. UNTAC의 아카시 대표말대로 『시아누크공이 총선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은 거의 틀림없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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