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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세력 찾기/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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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세력 찾기/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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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정권의 독주와 횡포가 기승을 부리던 1957년 5월25일 하오 서울 장충단 공원에는 10여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국민 주권옹호 투쟁위원회가 주최하는 야당지도자들의 시국강연회를 듣기 위해 모인 것이다.하오 3시10분 강연회가 시작되어 먼저 전진한의원의 연설에 이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조병옥 대표 최고위원이 등단,부산 정치파동,사사오입개혁,부정선거와 야당탄압 등 이승만대통령이 집권 8년동안 자행한 갖가지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작태에 관해 신랄하게 비난하자 뜨거운 박수가 그칠줄을 몰랐다.

분위기가 고조될즈음 검은 선글라스와 파나마모자를 쓴 흰 양복차림의 20대청년 50여명이 갑자기 트럭 3개를 붙여만든 연단을 둘렀싼채 돌과 유리병을 던지는가 하면 일부는 단상에 올라가 책상을 뒤엎으며 죽인다고 소리를 질렀고 한 청년은 방송용 앰프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뒤 자리를 떴다.

근 10여분간 괴청년들이 난동을 벌이는 동안 경찰은 단 한명도 없었고 10만청중은 눈앞에서 연출되는 깜짝 폭력극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들이 물러간지 3분뒤 중부 경찰서장이 사이렌을 울리며 수십명의 경찰들을 인솔하고 소위 수습 한답시고 어색한 쇼를 벌였다. 이것이 이른바 장충단 연설방해사건인 것이다.

연설방해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자 검찰은 『범인들을 모조리 잡아 배후를 캐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달아난 괴청년들은 잡으려 하지않고 조 대표를 비롯,야당인사들을 불러 조사한 뒤 엉뚱하게 야당의 내분으로 빚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가 사진기자들이 현장사진을 제시하자 뒤늦게 나서 그것도 몇달을 질질 끌다가 주동자로 유지광 등 몇명을 구속했지만 얼마후 풀어주었다.

당시 초선인 김영삼의원은 참고인으로 검찰에 나가 난동의 총지휘자는 중부경찰서 사찰주임이고 앰프 방화책임자는 동대문서의 모주임이라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이를 묵살,아예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자유당 정권의 사주에 의해 경찰의 지휘아래 이뤄진 정치깡패들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자유당시절 이정재 임화수 유지광 등은 막강한 세도가였던 이기붕 민의원 의장과 곽영주 경무대 경무관 등의 비호를 받으며 야당탄압과 각종 집회방해 등에 앞장서는 대신 깡패조직을 키우고 축재하면서 안하무인격으로 행세했던 일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권력이란 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기때문에 경찰과 검찰도 이들을 감히 다루지 못했던 것이다. 권력과 검은조직의 서로 돕고 도와주는 공생관계를 이룬 것이다.

그뒤 3공과 5·6공을 거치면서 자유당때처럼 권력과 불법조직과의 공공연한 협력은 사라진대신 개별적으로 은밀하게 검은돈을 받고 이들의 불법행위나 처벌을 막아주는 지하거래로 발전해왔다. 사실 재벌이 검은돈(정치자금)을 바치는 대신 금융특혜를 받거나 세무사찰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소위 정경유착도 검은 거래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근 3주동안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슬롯머신 업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박철언·엄삼탁씨 등을 구속하고 몇사람의 고검장 등을 희생시키는 선에서 1단계를 마무리짓고 곧 정계·관계·언론계의 연루자들에 대한 2단계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이 자가숙정으로 만신창이된데 독이올라 2단계서는 융단폭격식의 무차별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설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여기서 필자는 검찰수사와 관련,몇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절대 성역이 없어야 하고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적어도 뇌물을 받고 비호한 인사는 액수에 관계없이 모두 수사해야 하며 특히 정계의 경우 여야와 계파를 고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이들 분야는 단지 수사대상에 오르기만 해도 거의 치명상을 입게되는 만큼 반드시 증거주의에 입각한 수사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 셋째 1단계때처럼 이눈치 저눈치 살피거나 시간을 너무 끌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슬롯머신업계의 비리수사는 다른 탈법업종의 검은돈과 권력쪽의 비호세력과의 오랜 공생관계를 단절·발본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시금석이 되었다. 국민은 또다른 배후를 캐는 검찰의 비상한 수사태도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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