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정치자금을 공개적으로 조달하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최근 시선을 끌고 있다. 종전처럼 검은 돈줄을 잡거나 이권개입 등으로는 도저히 정치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증거로 보여 한마디로 반갑다. 깨끗하고 맑은 정치를 해보겠다는 이들 의원의 의지와 결의에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작년 14대 국회 개원후 자정선언을 했던 민주당의 소장파 의원들을 선두로 수십명의 야당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새바람을 일으켜갈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선풍에 가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야당의 존재이긴 하지만,최근 몇몇 의원들이 후원회 결성을 통해 다수 소액방식의 정치자금 공개모금운동을 벌임으로써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개혁의 싹을 선보이고 있음은 정말 희망적인 일이다. 더구나 정치자금 양성화를 위한 이같은 새로운 시도가 일부지역에서나마 호의적인 호응을 얻어 어떤 의원의 경우 「후원의 밤」 행사가 성황을 이뤘다는 것은 지극히 고무적이다.
이런 행사는 「후원회는 여당 의원이나 하는 것이지 야당은 불가능하다」는 종래의 관념을 깨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에 등록된 의원 개인 후원회 1백23개중 민자당이 1백14개인데 비해 민주당은 9개 밖에 안된다는 것만으로도 여당 편중현상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새 시도는 「야당을 도와주는 사람은 탄압과 불이익을 받는다」는 종래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야당 후원회 모임에서 큰 돈을 내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있었다니 그런 인식이 완전히 불식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흔히들 정치자금하면 「거액의 검은 돈」을 연상하는게 습관처럼 되어있는 우리 정치풍토에서 5천원이나 1만원의 소액을 다수의 후원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모아 정치자금으로 쓰겠다는 발상은 확실히 획기적인 것이다. 돈많은 기업인뿐 아니라 일반시민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꼭 후원금만 거두는게 아니라 정책건의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교환이나 토론까지 할 수 있다면 더욱 건전한 정치풍토 조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민주당에서는 이미 57명의 의원들로 「환경과 생명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환경학교」를 열어 대기오염이나 쓰레기 문제 등에 관한 토론회를 갖는 등 색다른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데 이것도 바람직한 시도이다. 민주니 반민주니 하는 정치쟁점도 없어지고 각종 개혁은 새정부에서 먼저 앞장서고 있는 판에 야당이 국민의 실생활 주변으로 파고드는 것은 새로운 정치스타일로 환영받을만 하다.
야당의 이러한 새정치 시도에 덧붙여 주문하고 싶은 것은 정치비용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강구하라는 것이다. 지구당의 상설운영과 이에 부수되는 경조비 지출 등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시도함으로써 근원적으로 깨끗한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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