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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행정부/“미 국제역할 축소”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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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행정부/“미 국제역할 축소”발언 파문

입력
199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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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프차관 “경찰역 재고” 연설로 촉발/백악관·크리스토퍼 황급히 반박 진화클린턴 미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됐던 분야중 하나는 외교정책의 향방이었다. 클린턴은 당초 대통령선거에서 경제문제를 갖고 유권자들의 인기를 모은 사람이었다. 특히 그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3천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4년동안 50%로 줄이고 실업률 감축을 위해 무자비한 직업창출을 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이같은 경제문제로의 접근은 현재 미국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기도 했다.

국내문제가 급하기 때문에 국제문제를 약간뒤로 접어둘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18일 유럽국들이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에 지상군 파병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에 등을 돌렸을때 현실로 나타나는 듯했다. 미국 단독으로 지상군을 파견할 수 없는 일이어서 미국은 보스니아 문제를 일단 유럽국들에게 넘겨 버린것 같았다. 이때 미국 언론들은 「미국,드디어 세계지도자역 상실」이라는 제목을 달면서 미국의 국제 리더십이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뒤 국무부나 백악관은 미국의 리더십이 기울게 된 것이 아니라는 발언을 계속 했으나 보스니아 사태에는 속수무책인채 유럽의 향방을 탐색하는 일만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리더십을 둘러싼 이같은 현실과 이론의 문제는 피터 타노프 국무부 정치담당차관의 최근 발언으로 담당차관의 최근 발언으로 다시 논란을 빚고있다.

그는 지난 25일 해외담당기자협회(Overseas Writers Association)에 나와 익명을 조건으로 「클린턴정부의 외교 1백일」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한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엄격히 배경설명이라는 약속이 붙어 있었으며 발언자는 일반관례에 따라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로 인용하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름마저 공개되고 말았다.

타노프차관은 이날 미국의 현실에 대해 언급하던중이었다. 클린턴은 당초 경제문제를 갖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따라서 경제문제 해결이 최대과제인 것은 당연한데 국제관계에서도 경제가 중요의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중량급의 악동」이 사라진 지금 매우 복잡한 정치문제로 얽혀들고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미국은 선별적으로 국제문제에 개입해야하며 동맹국들과 책임을 분담해야 할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국제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은 그의 발언 하루뒤인 26일 『미국의 세계 지도력을 감소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사활적이익이 침해되거나 위협받으면 일방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리스토퍼장관은 이튿날인 27일에도 미네소타 대학에서의 연설을 통해 소련에 대한 미국원조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미국의 국제리더십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줄어들어서도 안된다는 점을 꽤 감동적으로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1차대전후 미국이 의회의 반대로 리더십 행사를 소홀히 했다가 히틀러 탄생을 가져와 2차대전에 이르는 비극을 창출한 대신 2차대전후에는 『이제 극장에나 가는일만 남았다』는 일부여론에도 불구하고 맹렬한 리더십을 행사해 유럽의 번영에 공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냉전체제가 무너진 지금이야말로 유일하게 슈퍼파워로 남아있는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리더십은 행사를 하느냐 마느냐하는 이론의 문제라기 보다는 할수 있느냐 없느냐의 현실문제이다.

따라서 이런 논쟁은 사활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분명한 것은 미국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문제해결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면 중동문제 해결을 위한 20년 노력도 아직은 별다른 리더십 효과를 보지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미국이 앞으로도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는 별다는 이의가 없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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