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직무관련여부 시비일듯/이씨 “정씨진술로만 진행돼 실상 왜곡”/수사진 「꼬리곰탕」배달 “전관예우” 추측○…박종철 검찰총장은 28일 이건개 대전고검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위한 마지막 재가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배석한 검찰고위관계자가 귀띔했다.
김태정 중수부장도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려 검찰의 비극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전 고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하오 5시20분께 서울형사지법 당직판사인 윤성원판사에게 청구돼 1시간가량의 검토끝에 발부됐는데 윤 판사는 영장발부후 『이 사건은 앞으로 법정에서 뇌물의 직무관련성이 큰 공방거리로 등장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 판사가 이어 『구속영장에는 이 전 고검장이 덕일씨로부터 돈을 받을 당시 대검 형사2부장으로 조직폭력배 단속 등 강력사건에 대한 검찰사무의 지휘·감독업무를 하면서 「혹시 형 덕진씨가 검찰의 내사를 받게된다면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포괄적으로 직무관련성 부분을 명기하고 있으나 이 전 고검장이 돈을 받은뒤 구체적으로 직무와 관련해 어떤행위를 했는지가 나타나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전 고검장에 대한 영장은 대검중수부2과직원 2명에 의해서 서울지검으로 옮겨져 서울지검 신승남3차장,송종의지검장의 결재를 차례로 받은뒤 법원으로 직행됐는데 이러한 결재과정은 황성진 대검중수부 2과장이 서울지검 부장검사를 겸임하기 때문이다.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은 검찰조사서 정덕일(44)씨로부터 88년 12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2억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받은 사실만을 인정했는데 자술서를 통해 『덕일씨의 진술이 자주바뀌는 것 등에서 반증되듯이 사건의 양상이 정씨의 진술만을 토대로 전개돼 사건의 실상이 왜곡되었다』며 『검찰이 이 사건의 진상을 꼭 밝혀달라』고 검찰에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중인 정덕진씨(53)가 이날 하오 7시께 경기5 더1072 흰색 구급차를 타고 대검청사로 은밀히 소환됐다.
정씨가 타고온 구급차는 외부에서 차안이 보이지 않도록 차창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검찰주변에선 정씨가 몸이 불편하지 않은데도 구급차를 이용토록 편의를 제공했거나 아니면 정씨가 사건이 비화되자 혹시 자해를 한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낳게하고 있다.
○…뇌물수수 또는 변호사법위반 등 적용법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온 대검 중수부는 철야조사를 벌인 결과 이 전 고검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최종입장을 정리했다.
이 전 고검장은 5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사실이 확정될 경우 특가법규정에 따라 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실형을 받게된다.
○…이건개 대전고검장과 수배중인 조성일씨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씨의 출두과정을 지켜본 동생 건종씨(41·부산지검검사)는 두사람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 검찰고위관계자는 『금명간 피신중인 조씨의 신병을 확보,조사할 수 있을것』이라고 밝혀 조씨의 자수 또는 검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당초 해명성조사만 간단히 받고 귀가할것으로 알려졌던 신건 전 법무차관,전재기 전 법무연수원장이 철야조사를 받은뒤 28일 상오에야 귀가하자 한때 정씨형제 비호혐의가 일부 드러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제기됐다.
검찰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 전 차관 등을 엄정하게 조사했으나 단순한 면식차원이상의 유착관계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법처리할 혐의점은 더더욱 발견치 못했다』고 밝혔다.
○…정씨 형제와의 유착설로 27일 하오 5시 대검에 자진출두,철야조사를 받은뒤 28일 상오 9시30분께 귀가한 23명의 전직고검장들은 한결같이 『조사가 생각보다 빡빡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8년여 검사생활을 해 수사 베테랑으로 정평을 얻은 한 전직고검장은 『주임검사가 수사자료도 꽤많이 수집해놨더라』면서 『진퇴를 이미 결정한이상 덮을것 가릴것도 없어 사실대로 모든것을 진술하고 결백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전직 고검장급 검찰고위간부 3명이 전날부터 철야조사를 받은 28일 상오 대검 중수부에는 평상시의 설렁탕·비빔밥이 아닌 꼬리곰탕 10여그릇이 배달돼 조사대상자들에 대한 식사예우란 설과 중수부 수사팀에 대한 격려란설이 엇갈렸다.
배달을 다녀온 식당종업원은 『한그릇에 7천원인 꼬리곰탕을 중수부에서 주문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별한 날인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건개씨 영장요지
이씨는 88년 8월부터 89년 3월까지 대검형사 2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조직폭력배 단속 등 강력사건에 대한 검찰사무의 지휘감독업무를 담당했다.
이씨는 88년 10월 하오 7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63의1 팔레스호텔 커피숍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정덕일씨로부터 『형 덕진씨가 슬롯머신업소를 경영하면서 조직폭력배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안기부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검찰이 내사를 한다는 소문에 걱정하고 있으니 형을 내사한다면 억울한 일이 없도록 선처해주고 앞으로도 잘부탁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
청탁을 승낙한 이씨는 정덕일씨로부터 차용금명목으로 같은해 10월 상오 7시 술 중구 플라자호텔음식점에서 5천4백만원,같은해 11월11일 같은 장소에서 2억8천8백40만원,같은해 12월12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2억원을 받는 등 3차례에 5억4천2백40만원의 뇌물을 직무에관한 사항과 관련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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