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새 문민정부가 그동안 벌여온 사정활동과 개혁조치가 혁명이냐 개혁이냐,인치냐 법치냐하는 논쟁이 지금 정가에서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대한 논쟁은 처음부터 산발적으로 있어왔지만 26일 같은 날 민자·민주 양당에서 개최한 토론회를 계기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그런데 그 토론회에서 나타난 주장이나 의견들을 보면 개혁주체라는 사람들이 그들이 스스로 추진해온 개혁과 변화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잘못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한다. 우선 민자당의 개혁주도 세력으로 자처하는 실세들은 지금의 상황을 가리켜 혁명적이라는 말을 즐겨쓰고 있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혁명이란 초법적이든 탈법적이든 법을 무시하고 넘어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현행법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당선된 문민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어떻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조치들을 함부로 취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를 모순에 빠뜨리게 하는 발언이요 발상이다.
개혁의 핵심세력이 내세우는 「혁명적」이라는 현실파악 자체도 잘못된 것이 아닌가한다. 지금까지 김 대통령이 단행해온 개혁조치들은 거의가 현행법 테두리안에서 나온 합법적인 것이다. 즉 현행법과 제도에 따라 부정 부패 불법 탈법 사례들을 척결하고 조치한 것이지,무슨 포고령이나 특별선언 등 초법조치에 의해 단행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법과 질서를 무시한채 권력과 돈의 힘만 믿고 제멋대로 부도덕한 짓들을 공공연히 자행해온 비리의 장본인들을 응징하는,법과 질서의 회복운동이라고 정의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지금까지 개혁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군장성 고위공직자 교육계 및 은행간부 검찰간부에 이르기까지 그들 모두는 그동안 현행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죄의 값을 받고있는 것이라고 봐아한다.
단 한가지 예외가 있었다면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파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법에는 등록만 하게되어 있었으나 김 대통령부터 스스로 재산을 공개하자 반강제적인 분위기에서 행정부 고위관리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두 덩달아 재산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국회에서 입법조치를 함으로써 제도적 뒷받침을 했던 것이다.
「법과 제도의 완비를 기다렸다가 개혁을 하자는 것은 개혁을 하지말자는 것과 같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는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초법적 혁명적인 방법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말이 된다. 「안정속의 개혁」이란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또한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주장하는 의견을 반개혁적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면,이는 정말 위험한 흑백논리의 발상이다. 법과 제도를 도외시하고 대통령 개인의 결단과 정치력에 의한 개혁만이 진정한 개혁이라면 이는 분명 법치가 아니라 인치인 것이다
인치냐 민치냐 법치냐하는 논쟁도 그렇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어디까지나 법치국가이다. 국민이 원하는대로 하는게 민치라고 정당성을 주장하지만,아무리 국민이 원한다해도 법테두리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법으로 불가능할 경우는 법과 제도를 고치고 만들어서 하면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란 절차가 중요하다고 하지않는가.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영속적이고 객관적인 개혁을 위해서는,그리고 국민의 지지가 강한 문민정부일수록 법과 절차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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