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행정부가 「신경제 1백일 계획」 「신경제 5개년 계획」 등 「신경제」의 이름으로 경제정책을 전개해온지도 석달이 넘어간다. 그러나 「신경제」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개념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신경제」보다는 오히려 김 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함께 외쳐온 「깨끗한 정부」 「작은 정부」가 국민들 사이에 훨씬 명확하게 인식되고 있다.민자당은 「신경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제고하려는듯 26일 「김영삼정부 개혁 1백일 정책대토론회」를 열었고,그 자리에서는 박재윤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의 「신경제에서의 개혁과 시책」이란 주제발표와 이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박 수석이 이날 발표한 주제에 새삼스러운 것은 없다. 사실상 「신경제 계획」의 책임 기초자인 그가 김 대통령의 후보때부터 설파해왔던 「신경제」의 개요를 보완,다시 발표한 것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신경제」를 누가 주도해 갈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해준 것이다. 그는 『「신경제」란 국민의 참여와 창의를 경제발전의 바탕으로 하는 경제이다. 「온 국민이 함께 하는 경제」가 「신경제」인 것이다』라고 했다. 참여와 창의가 강조됐다. 수십번 되풀이해온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대목인 것 같다.
『「신경제」는 민간주도 경제운영과는 구분된다. 「신경제」가 말하는 국민에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포함된다. 즉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가 「신경제」이다. 「신경제」에서는 정부주도 경제운영이나 민간주도 경제운영에서처럼 정부와 민간이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동반자적 관계인 것이다. 미국 경제는 분명히 민간주도 경제이지만 일본 경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신경제」가 「1백일 계획」이나 「5개년 계획지침」에서 혼동을 가져오게 한 것은 바로 이 경제운영 방식이었다. 「신경제」는 경제를 정부의 간섭과 관여를 배제하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로 운영되게 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새정부 발족이후 경제정책은 정부 주도아래 강력히 추진되어 「신경제」의 경제운영방식에 대해 적지않은 혼란과 의혹이 제기돼왔던 것이다. 박 수석의 이날 주제발표로 이제 이 의문은 걷히게 되었다. 꼭 집어 말은 하지 않았으나 일본식인 「정부 주도아래 관·민 협력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운영은 관주도형태로 일관해왔으나 최근들어 비약적인 양적 성장과 질적 개선을 이룬 재벌그룹 등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증대돼왔던 것이다. 재계와 경제계는 어느 때보다 민간주도 경제운영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재계의 자율요구는 이제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정부가 계속 경제운용을 주도하는데 있어 한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문민정부답게 권위주의의 대두를 경계·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신권위주의」라는 소리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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