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부인 “의원사퇴 생각없다”/노 전 대통령 찾아가 「하직인사」동화은행사건과 관련,26일 검찰로 소환된 김종인의원의 하루는 늦게 시작됐다. 전날밤 온갖 상념으로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잠들어 평소보다 늦은 8시30분께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다정도 병이라…』며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검찰소환 당일과 전날,김 의원의 언행은 신변을 정리하는 자의 심사를 보여주었다.
김 의원은 25일 하오 노태우 전 대통령을 연희동 자택으로 찾아가 「하직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시대의 흐름에 맡기라』는 순명론을 얘기했고 김 의원은 이를 수긍했다 한다. 두사람의 연희동 대좌는 착 가라앉은 침울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26일 아침 김 의원은 가능한한 외부인사의 방문을 사절하고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기자를 맞는 소탈함을 보여주었다. 박철언의원이 화려한 수사로 자기 변호를 했다면 김 의원은 담백한 단어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시대상황에 따라야지』
그의 말은 순명론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은유로 날을 둔화시킨 패자론으로 이어졌다.
『힘없는 사람이 별 수 있나. 세상이 다 그런 것이지. 옛날 역사를 보면 정권교체기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있다. 내 경우도 그런 차원이 아닐까 싶다』
대화가 뇌물수수혐의에 이르자 그는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돈을 받았다는 시점이 92년 10월이라는데,그 때는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뒤이다. 누가 끈떨어진 사람에게 거액을 주겠는가. YS 직계도 아닌데…』 『당시 동화은행 전무가 은행장시켜달라고 밤늦게 집으로 두번이나 찾아왔지만 돌려보냈다』 『뇌물받은 원흉으로 거론된다는 사실이 고통스럽다』
잔잔하게 계속되던 그의 변은 의원직 사퇴여부 대목에 와서는 다소 격앙됐다. 김 의원은 『추호도 의원직 사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당이 소속의원을 보호해주는게 아니라 혐의가 입증되기도전에 출당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한시간여의 대화가 끝나자 변호사를 만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붉은 넥타이를 고른 김 의원에게 부인은 『더워 보인다』며 청색타이를 매주었다. 때마침 서울대의 한 경제학과 교수가 방문,『우면산에서 딴 것』이라며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카드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집을 나섰다. 인사하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목례를 했다. 경비실 책상위에는 김 의원 소환기사가 실린 조간신문이 놓여 있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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