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피해의식… 반감작용 “박수”/사정 가속에 또 당할까 우려도정치권은 요즘의 검찰을 엇갈리는 두갈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과 『뒷일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병존해 있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현역 고검장의 사법처리를 비롯한 자체사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검찰에 대해 정치권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엄정한 사정을 위해선 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부터 깨끗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근거한 평가이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평가의 이면에는 평소 정치권이 검찰에 대해 품어왔던 곱지않은 시선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과 검찰은 이제까지 줄곧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보다는 『정치권이 늘 검찰에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런 긴장관계는 6공때 가장 심화됐다. 5공때 권력핵심부가 안기부를 통해 정치권을 통제했다면 6공때는 검찰에 비슷한 역할이 맡겨졌다는게 상당수 정치인들의 시각이다. 특히 야당측은 검찰을 「권력의 시녀」라고 부를만큼 검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 6공 당시 정치권은 초반부터 검찰에 의해 수난을 겪어왔다. 지금은 민자당내 주류인 민주계이지만 지난 89년 당시 제3당이었던 통일민주당의 서석재 사무총장이 동해 재선거 후보매수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어 공안정국은 한파속에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검찰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고 상공위 외유사건,수서사건 등으로 적잖은 의원들이 구속됐다. 법의 이름아래 정치권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던 시기였다.
당시 검찰에 의해 「피해」를 봤던 쪽에서는 검찰 수사의 형평성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수사 자체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정치권 특히 야권은 검찰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며 민자당내 개혁세력인 민주계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은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에 대해서는 철저한 방호벽을 치고 있는 것에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검찰이 그동안 정치권을 비롯,사회 전분야의 비리를 파헤치면서도 검찰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개혁을 해나가는데 있어 사정의 핵심인 검찰이 스스로를 정화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권은 일종의 피해의식과 상대적으로 성역화된 검찰 지위에 대한 반감 등에 따라 이번의 검찰 자체사정에 대체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물론 정치권이 검찰의 자체 사정을 환영하는 배경에 이같은 감정적인 요인만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민자당은 12·12사태와 관련한 군인사와 마찬가지로 검찰 자체사정은 개혁의 「선명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결정적 「묘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추진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과거 어느 정권도 생각지 못했던 권력의 두 핵심축,즉 군과 검찰에 대한 수술을 단행하는 것이야말로 문민정부의 위력이며 향후 개혁의 차별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관련,한 민주계 의원은 『검찰의 자체사정은 새정부의 개혁 및 사정에 어떠한 성역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입증해준 셈』이라며 『앞으로 이같은 김영삼대통령의 뜻에 따라 모든 분야에 걸친 개혁작업이 보다 강도높게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검찰의 자체 사정여파로 정치권이 또 다시 사정한파에 휩싸일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검찰이 스스로에 사정의 칼을 가한 만큼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과감한 비리척결 작업에 나설 것이고 그중 정치권이 가장 두드러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검찰이 자체사정을 시작했다지만 어디까지나 여론의 압력에 떼밀린 것이므로 실추된 검찰의 위상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치권 비리를 파헤치려들 공산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검찰의 변화를 내심 반기면서도 「변화이후」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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