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정상회담 지지… 경제·안보협력 강조/개방화 관련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도 약속24일 김영삼대통령의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 연설은 새정부 외교의 방향과 성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이를 「신외교」라는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국정개혁의 원론으로 「신한국」의 기치를 내걸고 있음을 상기할 때 김 대통령의 「신외교」 역시 변화된 세계질서를 겨냥한 「적극외교」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신외교」를 『자주·자유·복지·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외교이며 이는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 외교』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신외교의 구체화를 위해 『국제평화 군비통제 빈곤퇴치 등 범세계적 관심사의 해결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세계와 미래를 지향한 적극적 외교의 전개를 천명했다. 또 『미국을 축으로 하는 양자간 안보협력체제를 심화 발전시킴과 동시에 아시아·태평양지역내 다자간 안보대화를 추진하겠다』며 새로운 세계질서의 중심을 아태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외교를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즉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높여나가면서 아태지역 중심의 실질적인 이해증진을 이룩해 나가는 것을 신외교의 본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볼때 신외교의 틀은 ▲새로운 국제관계 정립 ▲새로운 아태협력 방안모색 ▲새로운 남북 위상 설정 ▲새로운 경제외교 실현 등 4가지로 간추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새로운 국제관계 정립에 있어 새정부는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적극 외교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국제체제를 적극적으로 수호해나가고 소말리아 등에 유엔평화유지군(PKO)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환경보호와 빈곤퇴치 등 범세계적 문제에 도덕성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기여를 해나가겠다는 국제적 약속이 이번 신외교의 첫번째 내용이다.
김 대통령이 『아시아·태펴양지역 국가의 정상회담 개최를 지지한다』면서 제시한 새로운 아태협력방안은 신외교선언의 가장 현실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아태경제협력(APEC)를 중심으로 태평양지역 전체의 경제협력을 도모하고 APEC 회담을 역내 정상회담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경제는 물론 안보에 있어서까지 광역의 태평양지역 협력체제를 구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클린턴 및 미 대통령이 제의한 APEC 지역 정상회담의 정례화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아태지역의 협력관계를 이끌어내기 위한 필요불가결의 「전제」로서 김 대통령은 한반도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김 대통령은 『남북간의 경쟁시대는 끝났으며 남북한은 더이상 경쟁상대가 아닌 아태지역 번영을 위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는 『화해와 협력의 단계,남북연합의 단계를 거쳐 1민족 1국가의 통일조국을 이룩한다』는 점진적·평화적 통일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설명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렇게 볼때 신외교에 의한 남북의 위상은 현재의 분단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통일이후까지를 염두에 두고 설정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외교의 근본 전제가 도덕성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에 대해서는 또다른 자세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북한이 한반도내에서의 동반자 관계나 아태지역 협력체제에 당당한 일원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명백한 국제적 의무인 NPT체제로의 복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외교에서 언급된 새로운 경제외교는 우리 경제를 국제경제질서에 맞추어 나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방화와 국제화를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중간자적 역할을 추구,개도국에 대한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와관련,『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시장의 개방화를 추진하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영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도 이같은 개방화와 국제화의 의지를 오는 8월의 대전 세계박람회(EXPO)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줄 만반의 채비를 해놓고 있다.
또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중간자역할과 관련,새정부는 아태 경제사회이사회(ESCAP)에 참여의 폭을 넓혀가고 APEC의 발전과 PBEC 활동에도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신외교의 가시적 출발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이 이같은 신외교 선언을 역내 경제협력기구인 PBEC 서울 총회에서 천명한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신외교의 근저를 도덕성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추구로 설정함으로써 문민정부의 위상을 적극적으로 높여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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