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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주체가 사정 도마에/검찰 사상초유 태풍권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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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주체가 사정 도마에/검찰 사상초유 태풍권 진입

입력
199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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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 여론에 내부수사 울며 겨자먹기/고위급 대상 극한처방 불가피사정의 핵심기관 검찰이 제칼로 자기살을 도려내야 하는 극한 상황을 맞았다.

문민정부 출범후 「사정기관부터 사정한다」는 원칙이 누누이 강조돼온 터여서 검찰도 이 대원칙을 비켜갈 수 없으리라는 예측은 가능했지만 고검장급이 수사를 받는 상황은 아무도 상정할 수 없었던 일이다.

특히 이번 내부사정에선 단순히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던 기존 사정형태와 달리 일부 고위간부 및 부장검사 등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짙어 검찰은 초유의 내풍에 휩쓸릴 전망이다.

검찰은 새정부 출범후부터 비리검사에 대한 내부 감찰을 해왔지만 어디까지나 수동적 입장에서 출발한 탓에 최악의 경우라도 비리인사 몇명의 사표제출 정도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제까지 현직 검찰 간부는 물론 평검사조차 사법처리된 전례가 없을 만큼 조직보호의식이 남다른 검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사표제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슬롯머신사건이 내부문제로 비화된 이번 경우는 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검찰이 사회부패 연결고리를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명분아래 시작된 정씨 비호세력 수사결과 고위간부 등 내부 인사가 연루된 사실이 확인된 인상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천기호 전 치안감,안기부의 엄삼탁 전 기획조정실장 그리고 6공의 황태자 박철언의원이 구속됐듯이 수뢰사실이 확인된 내부인사의 경우도 형사처벌을 비켜갈 수 없으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 간부 본격 수사의 직접적 계기가 내부인사들에 대한 축소수사의혹 여론을 감안한 대통령의 질타성 「성역없는 수사」 지시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면 극한적인 처방마저 따를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셈이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 형제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고 정도를 벗어난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경우는 조사후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매듭지을 전망이다.

검찰의 내부인사 수사가 자체 수사활동의 연장선상에 터져나왔다는 점도 앞으로 수사방향 및 비리인사 처리과정을 둘러싸고 주목된다. 이 사건 수사팀은 당초 정씨 사건이 자기 식구들까지 사법처리할 정도의 파장을 낳을지를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소문을 근거로한 고위간부들의 연루설이 폭넓게 퍼져 수사 자체가 조직의 입지를 좁히는 모순을 빚는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또 검찰 조직내에 칼자루를 쥔 수사팀과 칼날의 위협을 느끼는 세력이 상존,한 조직서 「대결」하는 양상도 비쳐지고 있다.

특히 외형상 잇달아 6공 실세들을 사법처리하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수사기밀이 새나가거나 보고계통상에 이견이 터져나오는 등 잡음이 심해짐에 따라 이번 수사를 두고 「잘하고도 잘못된 결과를 빚은 수사」라는 평이 수사팀 밖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같은 내부인사의 비위사실에 대한 확증을 잡지 못한채 미적거리다가는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수사팀에 내부인사의 비리를 적극적으로 캐게된 동기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검이 앞으로의 자체 비리수사에서 이같은 내부 불협화음을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 「조직손상」을 최소화할지가 주목된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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