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에 「기업문화부」가 따로 있는 곳은 91년에 맨먼저 설치한 한국통신을 비롯하여 현재 6개사다. 이밖에 홍보실 같은 부서에서 기업문화의 업무를 맡고있는 기업이 많다. 작년 9월 각 기업의 이 부서 책임자들이 모여 기업문화협의회를 만들었다. 현재 56개사가 회원이다. 각사의 기업문화 담당자는 기업의 이미지제고와 사원의 의식 개혁외에 기업의 문화 참여 등을 관장한다. 이 협의회는 그만큼 문화를 주목하는 기업이 많아져간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고무적이다.외국에서는 기업의 문화에 대한 지원이 활발해지면서 메세나운동에 동참하는 기업간의 협의체가 진작부터 각국에서 생겼다. 1967년에 설립된 미국의 BCA(예술을 위한 기업위원회)같은 것은 경영자 단위로 1백10명이 가입해 있다. 이들 협의회는 세미나 개최 등으로 메세나활동을 보급 계몽하는 일을 한다.
한국의 기업문화 협의회는 지난주 5월20일과 21일 이틀동안 「기업의 성장과 문화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주최했다. 여러 기업인들도 참여한 발제내용들은 대개 기업의 경영이념이나 사원들의 공통된 가치의식 등 일반적인 의미의 「기업문화」에 치중하여 기업의 문화지원,기업에 의한 문화창조,기업내의 문화활동 등 「기업과 문화」의 방향과 실천방안에 관심을 다소 소홀히한 아쉬움이 있었다.
기업의 문화에 대한 공헌은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남을 밀어주면서 자신을 끌어올리는데도 문화가 동원될 수 있다.
우선 기업으로서는 마케팅전략에 문화의 힘을 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이미지 쇄신과 상품의 판촉을 위해 각종 공연 등 문화행사를 직접 개최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스포츠로 이 목적을 달성해왔다. 웬만한 기업치고 어떤 종목의 구단 하나쯤 안가진 데가 없다. 기업의 이름은 어떤 광고보다도 경기장에서 환호된다. 이제 스포츠의 구단뿐 아니라 문화의 예술단을 가지고 대중에게 접근할 때가 되었다. 공연단체를 설립하는 것이다. 교향악단을 창단할 수도 있고 그것이 벅차면 극단이나 합창단을 만들어도 좋다. 옛날에 장터에서 무슨 물건을 팔려면 나팔을 불고 노래를 부르고 깡깡이부터 두들겼다. 그 현대화요 고급화다. 대기업의 공연단체들은 다른 직업적 단체들이 가지 못하는 읍단위까지 순회할 여력이 있다. 회사의 상품 가는 곳에 회사의 예술단이 간다. 상품 안가는 곳이 없듯이 예술단 안가는 곳이 없다. 문화의 사각지대까지 별을 쪼임으로써 문화의 음지를 없앤다. 훌륭한 문화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기업의 문화활용에는 기업이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 자체시설을 개설하여 직접 문화를 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자기예술단의 공연외에도 뮤지컬 등 공연물을 제작의뢰하여 상연하거나 미술품을 사고 팔기도 하여 장사를 한다. 영리적이라 하여 비문화적인 것은 아니다. 문화자체가 순수할때 그 상행위도 문화행위다. 기업의 예술지원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반드시 비영리적인 것은 아니다.
일본 같은데서는 백화점이 공연장 시설을 갖추고 고객을 상대로 흥행을 한다. 이것은 고객 유치를 위해서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문화환경으로서 역할이 크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진흥법은 고층건물을 신축할때 미술품을 장식하고 공연장 또는 전시장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장과 전시장의 구비는 잘 이행이 되지 않거나 있어도 충분히 이용되지 않는 상태다.
큰 건물의 공연장은 기업이 문화를 팔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원의 문화인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각 기업은 사원들끼리의 아마추어극단,악단,합창단 등의 창설을 장려해서 이 공연장을 활용해야 한다. 사원들의 사내 공연은 여가선용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사원의 일체감과 소속감을 키워 활력과 능률을 향상시키는데 특효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보다도 「전국민의 문화인화」운동의 시발점이다. 출연자로서든 관객으로서든 직장내에서의 문화체험은 오히려 어떤 직업적 단체에 의한 것보다 더 충격이 크다. 이 체험이 사외의 일반 문화에 친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전국 직장별 경연대회를 매년 열어 회사의 명예를 걸어주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각 기업의 구단이 국가의 체육수준을 향상시켜 올림픽 10위권의 스포츠 강국으로 만들었듯이 각 기업의 문화활동은 전국민의 문화 향수능력을 높임으로써 나라 전체의 문화수준을 도약시킬 것이다.
일본의 기업 메세나협의회 회장이자 사내에 맨처음 기업 문화부를 창설한 시세이도(자생당·화장품회사)사장은 『평소 문화에 접하고 있는 사원과 그렇지 않은 사원과는 만드는 제품도 판매방법도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사원측으로서도 문화를 존중하는 기업문화감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의 문화참여는 기업자체의 의식을 바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기업의 의식이 곧 「기업문화」다. 이점에서 지난주 심포지엄의 접근 방법은 일리있는지 모른다.
결국 기업문화의 변혁을 통한 「기업의 문화화」로 기업과 문화는 접목되지 않으면 안된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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