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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 자구마다 신경… 조서 “진땀”/박철언의원 구속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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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 자구마다 신경… 조서 “진땀”/박철언의원 구속 언저리

입력
199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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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묻자 “새벽왔다며 닭의 목은 왜 비트나”/3자 대질선 홍 여인 항의받고 얼굴 붉어져/검찰 “이건개씨 반격 차단위해 수뢰설 흘려”박철언의원(52)은 검찰출두 30여시간만인 22일 하오 10시40분께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인채 구속집행됐다.

박 의원은 구속수감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언론인 여러분 고생많습니다. 새벽이 왔다고 소리치면서 닭의 목은 왜 비트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저의 결백을 조국의 법정은 반드시 밝혀 줄 것입니다. 사색하고 공부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한편 박 의원은 조서용지에 자필로 이같은 내용을 쓴 쪽지를 미리 측근에게 전달,기자실에 돌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수감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올라 타 『힘내십시오』라고 외치는 당직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비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이날 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홍준표검사가 청구,당직판사인 서울형사지법 5단독 한덕열판사가 1시간가량의 검토끝에 하오 10시10분 발부했다.

10명의 사건관련자 및 참고인 진술서가 첨부된 서류를 검토한 한 판사는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심한 갈등을 겪지는 않았다』며 『검찰이 박 의원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도 큰 하자가 없는 듯 했다』고 말했다.

○…하오 7시40분께 서울지검 송종의검사장 신승남 3차장 유창종 강력부장 등 3명이 청사를 빠져나간데 이어 1시간 뒤 수사검사인 홍준표검사 마저 급히 시내 모처로 향해 모종의 대책회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특히 홍 검사는 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전에 모처로부터 연락을 받고 총총히 빠져나가 검찰내부 배후세력 수사를 두고 모종의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반증했다. 이들 정씨 배후세력 수사팀은 밤늦게까지 연락두절 상태여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찾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검찰조사 결과 박 의원에게 알선청탁키로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은 정씨 형제중 막내인 덕일씨로 밝혀졌는데 90년 4월 엄삼탁 전 병무청장에게 1억5천만원을 뇌물로 건네주고도 세무조사가 계속되는 등 「약효」가 나지않자 정씨형제가 상의한 끝에 6공의 황태자인 박 의원에게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조사에서 홍성애씨는 검찰이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평창동 자신의 집이 비밀요정이라 하는 등 일부 언론보도 내용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분개한 어조로 『이런 보도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철언의원은 22일 하오 2시부터 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정덕일씨,홍성애씨와의 3자 대질신문에서 홍씨의 거친 항의로 곤욕을 치렀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전했다.

박 의원은 검찰 출두직전 홍씨의 검찰진술을 부인하는 취지로 『홍 여인이 평창동 집에서 돈을 보았다면 홍 여인이 그 돈을 가져갔을지도 모르겠다』고 발언했는데 홍씨가 이 대목을 거칠게 따지자 박 의원은 상기돼 목까지 벌겋게 달아 올랐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 조사를 받는 동안 자신에게 적용될 혐의를 알아내기 위해 수사관들에게 집요한 질문공세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21일 하오 조사초기에는 자신에게 변호사법 위반죄가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탓인지 느긋한 태도를 취했으나 조사가 진행될수록 질문이 심상치 않음을 낌새챈 듯 자주 적용법조를 묻곤했다는 것이다.

결국 진술서를 힐끗 보고 적용 법조문이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인 것을 알고 한동안 난처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검찰신문이 끝날 무렵인 22일 하오 수사검사에게 『내가 애써 예산을 따내 짓게 된 서울지검청사에서 한번도 근무해보지 못한채 피의자신분에서 조사를 받다니…』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해 6공실세의 추락을 지켜보는 수사검사를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는 후문.

○…박 의원을 철야조사한 홍준표검사는 『자구하나마다 수정을 요구해 5시간동안 조사,1차조서만 겨우 받았다』면서 『그나마 90년 10월 홍성애씨(43) 집에서 정덕일씨(44)를 만난 적이 있다는 내용이 고작이었다』고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의원은 조사도중 『검찰 수뇌부에서 고위층에 아부하기 위해 나를 겨냥,표적수사했을 것』이라고 주장도 했다고 한 수사관이 전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정덕진씨 조사과정에서 박 의원의 혐의사실이 드러나 수사하게 된 것이지 표적수사는 아니라고 설득,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를 받아냈다』고 수사관계자가 밝혔다.

○…박 의원은 자신이 검사출신으로 6공 당시 권력의 핵심이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후배검사에게 조사를 받는 현실에 대해 상당한 심적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수사관계자들이 전했다.

○…이건개 대전고검장 수뢰설의 배경을 두고 서울지검 수사팀이 이 고검장측의 반격을 사전제압키 위한 자구책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서울지검 수사팀이 검찰 내부인사에 대한 수사로까지 사건을 비화시키고 증거를 찾지못할 경우 구설수에 오른 인사들의 대대적 반격이 예상됨에 따라 끈질기게 매달려 이 고검장의 수뢰혐의를 찾아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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