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새 검찰상 보여줄 계기로(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새 검찰상 보여줄 계기로(사설)

입력
1993.05.23 00:00
0 0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슬롯머신 수사를 놓고 그렇게 여론이 들끓었으니 드디어 『검·경 배후를 구속수사하라」는 통치권자의 불호령이 나오지 않을 수도 없었겠다. 차라리 잘된 일이 될 수도 있다. 심기일전한 검찰이 표적·축소수사 혐의를 말끔히 털어버리고 이제부터라도 진짜 성역없는 수사를 본격화할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검찰의 위신을 건 총력수사로 슬롯머신업계의 엄청난 비리와 구조적 비호세력을 말끔히 발본해 낸다면 우리 사회의 총체적 비리척결을 위해 더할 나위없는 괄목할 성과가 될 것이다. 또 검찰이 이번에 다짐한대로 내부의 비호세력마저 과감히 도려낼 수 있다면 새시대 검찰상 확립과 신뢰회복에 결정적으로 기여케 될게 내다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검찰 스스로의 각오와 이제부터가 또다른 시작이라는 자세가 뭣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사건수사와 관련,검찰에 몇가지 당부할게 있다.

첫째가 검찰내부 비호세력에 대한 철두철미한 수사이다. 지금껏 이번 사건수사를 둘러싼 비난여론이 제한·축소·흥정수사 의혹 때문이었던 만큼 내부 비호세력의 과감한 척결이야말로 앞으로의 성역없는 수사를 보장하는 출발점이 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국가의 기소 및 수사권을 행사하는 검찰 스스로가 그 수사대상에 올라있는게 어디 예삿일인가. 이런 위기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엄정하고 과감한 내부비리 척결뿐이다. 만일 면피성 수사나 형식적 감찰로 내부혐의를 덮으려 할때 불신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둘째가 수사의 올바른 목표설정이다. 슬롯머신사건의 본질은 정덕진씨를 대부로 한 업계가 정·관·검·경 등 각 권력기관의 비호아래 승률조작·탈세·재산도피·투기와 불로소득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폭력조직을 키우는 총체적 비리의 온상이 되어온데 있다. 이 때문에 척결의 수순은 어디까지나 정씨 일당의 범죄가 앞서야 하는 것이고,그 다음 수순이 일당을 구조적으로 비호해온 세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수사에서는 그 수순이 뒤엉켜있거나 거꾸로인 감도 없지 않았다. 정씨 구속뒤 업계 자체의 온갖 비리수사나 오랜 기간동안의 구조적 비호세력 수사보다는 오히려 정씨가 찍은 비구조적 돌출 비호세력 혐의인 박철언의원이나 엄삼탁씨 수사에만 매달렸고,그것만으로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기미마저 보였던 것이다.

또한 비구조적 비호세력을 잡기 위해 주범격인 정씨 동생 덕일씨와 오히려 흥정을 하는가 하면,법적으로 주범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공여자도 처벌하는 뇌물죄 대신 변호사법 위반이나 공갈죄를 적용하려 했던 것이다.

이런 어긋난 처사와 함께 검·경 상층부 비리를 너무 알아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신길룡경정에 대한 미적지근한 수사와 담합의혹,지난 91년 업자를 오히려 봐주는 내용으로 통과된 규제법을 둘러싼 국회 내무위에 대한 업계의 로비의혹,그리고 이미 신 경정에 의해 거론된바 있는 검·경 간부 수준이상의 정치권의 거물비호세력들에 대한 수사도 당연히 성역없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검찰의 거듭남과 분발을 또다시 당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