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합의도출 강조 「여론의 현장」 찾기/“전시효과만을 노린 것” 곱지않은 시선도정부 통일정책의 「최고당국자」인 한완상부총리의 행보가 이색적이다. 그의 행보를 보면 문민정부의 달라진 위상을 한눈에 실감나게 한다.
한 부총리는 오는 25일부터 대학운동권의 총본산격인 한총련 대표,문익환목사·임수경양 등 이른바 남북관계에서 「비당국자」인 재야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통일정책에 관한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5·6공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로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한 부총리는 25일 전대협의 후신 한총련 소속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총학생회 학생대표들과 점심을 나누며 통일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며,이어 다음달 22일까지 문익환목사,문정현신부,임수경양 등 방북인사와 비슷한 종류의 만남을 갖고 박갑동 조선민주주의 구국전선 의장 등 방북인사와 귀순학생,KAL기 폭파범 김현희씨 등과의 간담회 스케줄을 빽빽하게 잡아놓고 있다.
한 부총리의 이같은 계획은 통일원장관이 처음으로 운동권 학생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던 방북인사를 만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있다.
한 부총리가 이같은 여론수렴 일정을 잡은 것은 새정부 통일정책 3대 기조중 하나인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통일원측은 강조하고 있다.
재야인사였던 그가 통일부총리에 취임한 후에도 벽에 부딪친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자 그에게 조금씩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한 부총리는 문민정부 출범후 가장 큰 변화는 통일문제에 대한 내부갈등 해소라고 응수하곤 했다.
지난 12일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에서 한 야당의원이 『취임후 통일원이 단독으로 추진한 조치의 사례가 있으면 한가지라도 대라』고 묻자 그는 아직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인모노인 송환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한 부총리는 또 올해 14명의 통일정책 평가위원을 위촉하면서 진보적 색채가 강해 친북인사라는 오해를 샀던 한양대 이영희교수를 선임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열린 한국학 심포지엄에 박형규목사와 함께 서울대 총학생회장인 조두현군에게 대북접촉을 승인하기도 했다.
이같은 통일원의 조치는 「남북통일」 이전에 우리측의 내부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한 부총리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는 또 납북된 동진호선원 최종석씨의 부인 김태주씨와 막사이사이상 수상자인 장기려박사 등 이산가족들을 지방으로 찾아가 이인모노인 송환에 대해 정부가 균형을 맞추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부총리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통일정책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여론의 현장」을 파악하려 한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다. 그러나 통일정책의 「전시효과」만을 노린 지나친 제스처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으며,한 부총리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정부 당국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부총리의 이색적 행보로 표상되는 정부의 통일정책이 진전을 이룰지 퇴보를 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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