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경제정책 운영이 경직화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일단 결정된 정책에 대해서는 과단성 있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영삼대통령도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투명성,공정성이 없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올바른 지적이다.우리는 5·6공때 많은 시책이나 정책이 빈번한 변경으로 비능률·불편·실패 등을 가져왔던 것을 봤다. 김 대통령의 정책 일관성의 강조는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우리는 김 대통령의 이러한 취지가 오해되어 정책결정이나 집행과정에서 권위주의체제 아래에서 체험했던 것과 같은 상의하달식의 경직성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도 입안과정에서 아이디어의 활발한 교환과 이에 대한 자유토론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도출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는대로 수정,보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지금 유감스럽게도 「신경제」 정책을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경제수석실과 정부 경제부처 사이에 비생산적인 경직성이 나타나는 기미가 있다고 한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제수석실로부터의 일방적인 지시만 있을뿐 반론이나 이견제시가 수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로는 있으나 상급기관에서 하급기관으로의 일방통행만이 있는 것이다. 이래 가지고서는 진정한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최근 「신경제」 정책의 운영에 「비판적 의견」을 개진했던 고위 경제정책 관계자가 경질됐다. 송희연 한국개발원(KDI) 원장이다. 송 원장은 지난 4월 민자당 경제특위에서 『1백일 계획으로 물가불안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다가 청와대가 경제수석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7차 5개년 계획 등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주도해왔던 강봉균 경제기획원 기획차관보가 「신경제」 정책을 무조건 추종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 경질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강 차관보는 한국경제의 방향을 선도하는 조타수라 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손꼽는 경제기획통이다. 한국경제를 국제화·개방화·자율화 등에 맞추어 대폭 개혁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그와 같은 유능한 고위관료들을 배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군인출신 대통령의 권위주의시대에도 청와대 수석실과 경제부처 사이에 경직성 문제가 없지 않았으나 대체로 언로가 활성화돼 있었다. 경제정책의 입안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경제각료들이 비교적 제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책임제 아래에서 대통령의 참모인 수석들의 영향력이 큰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장관위에 군림해서는 곤란하다. 경제부처 장관들이 공중에 뜨는 것도,또한 경제부처 고위관리들을 단순히 명령 이행자로 전락시키는 것도 즉각 개선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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