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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사정풍향 어디로…” 긴장/청와대 검찰수사 비판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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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사정풍향 어디로…” 긴장/청와대 검찰수사 비판파장

입력
199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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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하다 갑자기 한파/“원칙 모호” 불만조짐도/“과거보다 미래를” 숨죽인채 조율론사정기류가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을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정치권의 기상도도 자주 변하고 있다. 시정의 기세가 변화무쌍한 부침을 거듭하자 정치권은 그 향방을 쫓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시국회가 폐회한 20일만 하더라도 정치권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당국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이 『확대수사는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슬롯머신 사건은 「박철언­엄삼탁」선에서 매듭된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동화은행 사건도 물증이 없어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다.

검찰측이 이원조의원·이용만 전 재무장관 등 출국한 혐의자들에 대한 강제귀국의 어려움을 강조하는가 하면,사정의 총괄책임자인 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수사의 전반적인 애로점을 새삼 강조했다. 마치 사정의 항로가 전환점을 맞은 것처럼 보였다.

자연 여파가 정치권에 미쳤다. 행여 「유탄」에 맞을까봐 숨죽여오던 정치인들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사정대상이 되다시피해온 민자당의 민정계 의원들은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민정계 중진은 『그동안의 사정이 칼자루없이 칼날만 날아다니는 형국』이라며 『이제부터는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용한 기획사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계 의원들도 『충격요법식 사정이 정치권의 불안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의 사정은 원칙·기준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서히 열리던 정치인들의 말문이 불과 하루만에 닫히고 말았다.

청와대가 21일 검찰수사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여론도 수사의 축소기미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계 실세인 김덕용 정무장관도 원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검찰이 자체 연루자 때문에 축소수사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검찰도 스스로 반성하고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건 김 장관이건 『원론적인 얘기』라고 「확대해석」에 제동을 걸려고 했지만 발언시점과 상황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은 다시 움츠러들었다. 이날 상오에만해도 의원들로 붐비던 의원회관이 이 소식이 전해진 하오에는 썰렁하게 비었다. 구설수에 오른 몇몇 의원들은 외부에서 수시로 비서진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변분위기를 탐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숨죽인 분위속에서도 사정초반과는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공공연하게 표출되진 않지만,사정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사정이 표적수사인 것 같기도 하고 사심없는 무작위수사 같기도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뭔가 원칙없이 애매모호하게 진행되고 있어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불평이다.

반면 『사정이 초반기세와는 달리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또 다른 성격의 반발도 있다. 주로 민주계 소장그룹에서 나오는 주장으로,수적인 세는 적지만 명분상 영향력은 큰 편이다.

개혁실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일단 『사정엔 예외가 없다』는 명분이 우세하지만,내면적으로는 다양한 견해가 오가고 있다.

철저한 사정을 강조하는 측은 『집권초반 6개월은 다소간 진통이 따르더라도 한국병을 도려내는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계 소장실세,재야출신의 청와대 인사들로 『새정부가 출범한지 겨우 석달밖에 안됐다』며 후유증을 운운하기엔 이르다는 논지를 펴고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사정은 정치권 및 지도층에 이은 정·관·재계의 중간계층 정화로 계속되는 「단계론」이다.

이에반해 사정의 조율론도 만만치않다.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긴 힘들지만,행정경험이나 정치경력이 많은 민정계 출신과 민주계 중진들이 사정의 속도조절을 원하고 있는 인상이다.

이들은 『정치권의 장기적 불안정이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결과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지도층 사정으로 사회 전반에 쇄신의 분위기를 불어넣은 상황이라는 판단아래,이제는 정국의 방향을 과거단죄에서 미래로 바꿔야 한다는 견해다. 민정계의 한 당직자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갈 수 있느냐. 정치권이 붕 떠서 일을 할수가 없다. 생산적인 일을 할 시기가 됐다』고 말한다. 이들은 『사정한파가 가혹하게 계속되면,반발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 반발은 통치권 차원의 생채기를 줄수도 있다』는 의견을 청와대 핵심부에 각종 채널로 전하고 있다.

양론중 어느 쪽이 대세가 될지는 아직은 확실치 않다. 국민여론,정치권 및 검찰수사의 속사정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정치권이 사정의 기류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는 형국은 계속될 것 같다. 최종적인 방향은 결국 김영삼대통령의 선택에 달려있음은 물론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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