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처리에 짙은 정치색” 판단/“성역있다” 6공비리 의혹공세검찰의 슬롯머신 사건과 동화은행 수사를 보는 민주당의 시각에 정치보복이라는 의심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기택 민주당 대표는 21일 검찰수사에 대해 『특정인에 대한 정치보복을 목적으로 설정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같은 시각은 박철언의원에 대한 검찰소환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어 흥미를 끌고있다.
이원조의원 출국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정부의 방조,혹은 수사의 형평성을 문제삼았었다. 또 박 의원 소환문제가 거론됐을때도 『수사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끼려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의 주장은 일단 검찰이 박 의원 구속으로 슬롯머신사건을 종결시키려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정치권·관계·재계 등에 비호세력이 많고 깊이 관여돼 있는데도 박 의원 구속으로 그치려는 것은 수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개재돼 있다는 것이다.
슬롯머신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태도가 지금까지의 사정활동이 선택적으로 「표적수사」의 형태를 띤채 이루어져 왔다는 심증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 준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표적수사를 주장하면서 지적하는 또 하나의 정황은 동화은행 사건과 관련한 이원조의원의 출국문제이다. 민주당은 이 의원 출국이 『정부의 방조,혹은 사건공모 없이는 불가능한 합의성 해외도피』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해왔다고 단정하고 있다.
즉,현 정권과 직접 관련을 갖고 있을 이 의원은 검찰소환이 임박한 미묘한 시기에 해외로 빼돌리는 대신 「미운 털」이 박힌 박 의원은 구속한다는 시각이다.
이런 선상에서 민주당은 검찰의 사정활동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특히 성역을 미리 설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6공정부의 의혹사건에 이 공세를 연계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의 사정이 권력핵심의 성역을 그대로 두고 있다』며 『규모나 중요성에 있어 우선적 관심사인 노태우정권의 7대 의혹사건에는 사정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6공비리 조사를 위한 국회 특위구성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언행에는 정치권에 대한 수사확대의 직접적인 언급이 조심스레 생략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우선적으로 이는 민주당 소속의원의 연관가능성이 찜찜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물론 이에대해 『우리당에는 일체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된 의원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이에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단호하고 완강하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슬롯머신 스캔들은 마땅히 국정조사권 발동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고위당직자는 『정치를 하다보면,특히 선거때는 내막을 미처 알지못한채 돈을 받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검찰수사를 축소 종결단계로 규정하면서도 내심 수사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나름대로 채널을 동원해 이 부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열중이다. 한 주요인사는 『박 의원 구속이 정치보복으로 비칠 것을 고려해 당국이 몇몇 의원들의 추가구속을 강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부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누그러질 소지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최근들어 민주당의 대여공세는 틈만 보이면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대표가 이날 박 의원 구속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것도 김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사정의 정당성과 권위에 흠집을 내면서 김 대통령의 정치적 도덕성 문제를 연상시키려는 뜻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박 의원이 김영삼정부에 구속된다는데 대한 동정심리도 민주당은 갖고있는 것 같다. 정치세계의 변화무쌍한 우적관계의 반영이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또 박 의원이 김복동의원과 함께 영남세보강을 위한 영입대상이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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