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표적수사설에 “쐐기”/“검찰도 내부사정” 간접적 표현/「축소수사의혹」에 질책성 지시김영삼대통령은 21일 슬롯머신사건과 동화은행 비자금사건 수사와 관련해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파헤치라고 지시했다.
김영수 민정수석은 이날 상오 김 대통령의 이같은 뜻을 박종철 검찰 총장에게 전화로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통령의 이날 지시가 지금까지 밝혀온 「성역없는 부정부패 척결」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코 언론이 지적하는 검찰의 「축소·은폐 수사의혹」에 대한 질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제기된 검찰 내부의 사정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김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여성계 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나는 어떤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얘기하지 않지만 감사원장과 법무장관에게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르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이날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한데는 원칙 강조이상의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게 청와대 주변의 대체적 분석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상오 김두희 법무장관 등이 참석한 청소년 선도대책 보고회의에서 내내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검찰의 정덕진씨 배후수사나 동화은행사건 수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 축소·은폐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의식한 지적이라는 것이다. 슬롯머신사건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도 비호세력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최근 두사건 수사와 관련해 약간 미묘한 처지였던게 사실이다.
검찰 수사를 신뢰하고 그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몇가지 사안이 연속으로 꼬이면서 의혹과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동화은행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이원조의원이 도피성 출국이후 여권의 방조설이 일었다. 반면 박철언의원에 대해서는 이 의원과 달리 사전에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져 있던 것 등과 관련,박 의원측으로부터 정치보복 표적수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동화은행사건에 연루된 이 의원과 이용만 전 재무장관은 외국에 체류중인데 국내에 있는 김종인의원만 물증도 없이 소환할 수 없다는 검찰 방침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슬롯머신사건과 관련,정덕일씨가 지명수배됐다가 검찰과 물밑 줄다리기끝에 출두한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게 되자 의혹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씨 형제의 진술을 얻어내 박철언의원과 엄삼탁 전 병무청장만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축소 종결하려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검찰 고위간부중에 정씨 비호세력이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축소 종결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 파견근무했던 신길룡경정이 소문에 근거한 것이든 직무상 알게된 정보에 의한 것이든 검찰과 정치권 비호세력 명단을 털어놓았다.
여권의 고위관계자조차 사석에서 정치권 연루인사가 더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물론 이런 의혹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대며 반박한다.
청와대측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원조의원 출국부분에 대해서는 『물증도 없이 회기중 현역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반면 박철언의원에 대해서는 『물증은 없었지만 홍성애여인의 진술을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까지 해두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 동화은행사건과 관련된 이원조·김종인의원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물증확보가 안돼 있다며 소환시기를 밝힌 적이 없는데도 언론이 일방적으로 앞질러 보도해놓고 보도내용을 기정사실로해 방조나 축소의혹을 제기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사정관계자는 동화은행사건과 관련,안영모 전 행장의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자금흐름의 추적이 중간에 끊기고 있지만 검찰이 결코 포기한게 아니기 때문에 이달안에 결판이 난다고 밝히고 있다. 요는 수사가 끝난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안나오면 축소·은폐의혹이 일 수 밖에 없음을 우려하는 눈치이다.
슬롯머신사건 역시 절대 끝난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덕일씨가 출두했기 때문에 수사가 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했다. 정씨의 「참고인」 자격에 대해서는 『정씨가 구속된후 입을 닫아버려 수사진척이 안될 때와 구속을 면해주고 비호세력을 계속 캐내는 것중 어느쪽의 법익이 더 크냐』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이 이날 검찰의 「수사태도」를 지적한 것은 그것이 내부 비호세력을 의식한 축소·은폐이든,아니면 수사기밀 누설이든간에 문제점을 질책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 대통령의 지시는 이와함께 최근 제기된 방조설,표적수사설,축소 및 은폐의혹 등을 한꺼번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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