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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장군이 좋지않게 본다”/「어깨」 3명 정씨에 첫귀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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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장군이 좋지않게 본다”/「어깨」 3명 정씨에 첫귀띔

입력
199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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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성의표시」 몇차례/“호화생활”“야에 자금”등 협박/검찰조서로 본 엄씨·정씨 행각검찰의 조사내용과 정덕진씨(53)의 진술서 내용은 권좌에 앉은 공직자가 어떻게 직위를 이용,「공갈배」나 다름없는 행각을 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음은 89년 9월부터 92년 11월까지 3년 8개월동안 계속된 엄삼탁 전 병무청장(53)과 정씨의 접촉경위를 재구성한 것이다.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가 6공실세 엄삼탁씨를 처음만난 때는 엄씨가 국군체육부대장에서 안기부장 국방보좌관으로 옮기기 직전인 89년 3월. 당시 정씨는 평소 알고지내던 「어깨」 문모 김모 이모씨가 찾아와 『엄장군이 당신을 좋지않게 보고 죽이려 한다』는 귀띔을 해준 직후였다.

정씨는 발이 넓은 동생 덕일씨(44)를 불러 이 문제를 상의했다. 동생 덕일씨는 직감적으로 엄씨의 부하 임모 소령의 짓으로 판단하고 임모소령과 접촉,정씨와 엄씨와의 대면을 주선했다. 정씨는 하얏트 호텔내의 모 일식집에서 엄씨를 첫 대면했다.

『당신은 열심히 일하지도 않으면서 골프나 치며 호화생활하는 정화대상자입니다』

정씨는 『장군께서 잘못보신 겁니다. 저는 호텔을 경영하면서 사회봉사도 하는 사업가이지 깡패는 절대 아닙니다』라고 극구 변명,어느정도 마음을 누그러뜨린뒤 다시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뒤 초초해하는 정씨에게 엄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같은해 3월말께 정씨는 저녁이나 먹자는 엄씨의 제의로 하오 7시께 하얏트 호텔앞 중국집 아리산에서 엄씨와 마주하게 됐다.

당시는 엄씨가 대화를 주도하다시피 했다.

『안기부가 정화차원서 슬롯머신업계를 관리하려 한다. 내가 김모과장에게 업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으니 협조를 부탁한다』는게 요지였다.

정씨는 이때 엄씨의 환심을 사려고 희전관광 호텔로 엄씨를 안내해 경영현황을 소상하게 설명하며 자신을 건전한 사업가로 인식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날 밤 12시께 헤어질때는 호텔 주차장까지 배웅나가 경리담당자에게 상오중 준비하게 한 2천만원을 주었다.

해를넘겨 90년 1월 하오 7시께 엄씨로부터 『협의할 일이있으니 만나자』는 제의를 받고 아리산에서 4번째 만났다.

엄씨는 당시 『안가가 필요한데 이 주위에 쓸만한 주택이 매물로 나왔다. 주택구입자금 3억5천만원을 빌려주면 후에 갚겠다』고 어려운 제의를 해왔다. 난처해진 정씨는 정치권에 개입되는 것이 좋지않다고 판단,정중히 거절했다.

한달후 정씨를 다시만난 엄시는 『안가문제로 부담을 주어 미안하다』 『슬롯머신 업계를 파악하는데 협조해 달라』며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엄씨는 이어 『내일 내안가로 와달라. 아리산으로 오면 김 과장이 안내할 것이다』라며 방문을 요청해 왔다.

정씨는 안가구입자금에 성의표시를 하지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이튿날 김 과장의 안내를 받아 호텔담을 끼고 골목안에 있는 2층 양옥으로 갔다.

엄씨는 당시 슬롯머신의 전국동업자지분 등 소유현황을 보고해 달라고 했다. 엄씨는 안가의 전화번호도 일러줬다.

7번째 만남은 90년 2월께 이 안가에서 이루어졌다.

정씨는 먼저 1백만원짜리 자기앞수표 30장을 내놓았다. 엄씨는 아무말없이 받아 서랍에 넣었다.

기분이 좋아진듯한 엄씨는 이날 흥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깡패들이 슬롯머신 업계를 넘본다는데 전국깡패들을 관리하고 순화시켜 넘볼 엄두도 못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 엄씨는 김태촌 이승완 이강환 등의 신상과 조직폭력의 세계를 줄줄이 꿰었다. 엄씨의 주장은 『깡패들을 잡아 넣겠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을 조직화시켜 애국케하고자 한다. 또 깡패를 순화시켜 우익세력화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엄씨는 일본 야쿠자를 예로 들면서 『우리도 그렇게 돼야』라고 강조했다.

8번째 만남은 정씨의 제의로 이루어졌다. 당시 거래은행으로부터 은행감독원의 세무조사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정씨는 엄씨에게 확인을 부탁,이튿날 자정께 안가에서 엄씨를 만났다.

엄씨는 정씨가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다는 정보에 따라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 줬고 정씨는 정치자금제공설을 극구 부인,무마에 성공했으나 엄씨는 돌연 『자금추적과 별도로 세무조사 결과를 국세처에 통보할 수는 있다』고 겁을 줬다.

이틀뒤 준비한 1억5천만원으로 성의표시를 한후 엄씨로부터 『수사는 무슨 수사냐 염려말라』 『통보 못하도록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90년 8월 서울 지방국세청의 특별 조사반이 들이닥쳐 정씨 사무실의 서류일체를 압수해갔다.

정씨는 다시 엄씨에게 부탁했지만 대답은 『당신이 정치자금을 야당에 제공했다는 정보가 청와대 사정에 포착돼 청와대측이 은감원과 안기부측에 자금추적을 지시하고 정치자금 유입이 드러나지 않자 국세청에 사찰을 의뢰한 것』이라며 『이미 내손을 떠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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