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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제대로 되어가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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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제대로 되어가나(사설)

입력
199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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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온통 들썩이는 형국의 슬롯머신 수사를 놓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겉보기에 검찰 수사는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6공 실세 박철언의원에 대한 5억원 뇌물혐의 포착과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에 대한 2억2천여만원 수뢰혐의 구속이라는 성과를 올린바 있다. 또 구속된 정덕진씨 형제들의 비호세력 로비를 전담,사건수사의 키를 쥔 동생 덕일씨가 검찰에 드디어 출두해옴으로써 범행전모 및 비호세력 규명도 이제 시간문제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수사의 활기나 성과에 비례해 또다른 궁금증이나 의혹이 오히려 증폭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같은 의혹의 증폭은 덕일씨의 오랜 대검찰 협상끝의 자수과정과 뒷처리,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근무 신길룡경정에 의한 광범한 정씨 비호세력 폭로와 출국미수 해프닝이 뒷받침한다 하겠다.

걱정스러운 것은 연일 흘러나오고 있는 이번 사건배후에 대한 정권의 실세나 당,그리고 수사지휘부의 시각이 서로 엇갈린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수사선상에 오른 비호정치인이 박 의원외에 아직도 수명이 더 있다는 것인데,여당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이만하면 성과를 거뒀다며 배후수사를 서서히 끝내려는 낌새가 없지 않다. 이런 와중에서 신 경정의 폭로 해프닝마저 생겼으니 이래저래 국민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바람이야 너무나 분명하다. 이 사건이 구 시대 총체적 비리의 표본적 사건일진대 어떤 성역도 인정치 않는 형평·공정성으로 철두철미 내막과 배후를 파헤치고 관련자를 벌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여론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오늘과 같은 중요한 수사진행 고비에서 「한정수사」 「표적수사」 「장외거래설」이 어째서 도출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어하는 것이다.

한정수사설의 배경쯤이야 지금은 누구나 짐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환을 앞둔 박 의원 스스로가 정치목적의 표적수사라고 항변한다는데,정치권안에서 더 이상의 배후가 「있다」 「없다」로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부터가 우선 의혹을 사게 한다. 이 참에 신 경정은 여야 의원·안기부·군·검·경 간부 등 20여명이 배후라고 폭로하는 판이니 의혹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사건수사 초기부터 유포된 전·현직 검찰 간부들 관련설에 대한 계속된 함구나 수사부재도 또다른 의혹과 우려의 바탕이 되고 있다. 게다가 광주지검 최인주 사건과장의 돌연한 자살로 노출된 일련의 슬롯머신 비호의혹에 대한 자체규명 노력이 소홀하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자세는 아무리 집안 일이라지만 형평성에서 문제가 되고 제한 수사소리도 듣기 마련이다. 덕일씨의 자진출두 과정을 놓고서도 「장외거래」의 흥정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불구속입건 방침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음은 의혹과 걱정을 함께 부채질하는 것이다.

사건여파가 엄청나다보니 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한결 고조되는 오늘이다. 검찰이 한정·축소·흥정 소리를 잠재우는 길은 형평·공정성을 앞세워 있는 그대로의 철저한 수사를 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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