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92년 10여차례 만나/폭력조직 우익세력화 시도도/본지,정덕진씨 검찰조서 단독취재/내용 31면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아왔던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가 90년 8월 서울지방 국세청에 의해 갑자기 세무사찰을 받은 것은 정씨가 야당에 정치자금을 준 것 같다는 정보를 입수한 청와대 사정담당 부서의 특별지시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6공 실세로 20일 구속된 엄삼탁 전 병무청장(53)은 국내 폭력조직을 통합,우익세력화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엄씨는 8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여차례 정씨를 만나 정씨가 정화대상인 호화생활자라고 겁을 주었으며 안가 구입자금으로 3억5천만원을 요구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본사 기자가 단독 취재한 정씨와 정씨의 검찰 진술조서 내용에서 확인됐다.
진술조서에 의하면 89년 3월 문모,김모,이모씨 등 3명이 정씨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희전관광호텔로 찾아와 『국군체육부대장 엄 장군이 당신을 나쁘게 보고 죽이려 한다』고 귀띔했다.
정씨는 동생 덕일씨(44·잠실 뉴스타호텔 대표)와 상의,덕일씨가 엄씨 부하 임모씨와 연락했고 엄씨와 정씨는 89년 3월 중순 하얏트호텔 일식집에서 처음 만났다. 그뒤 정씨는 엄씨의 마음을 돌려 놓으려고 3월말께 이태원의 아리산 중국음식점에서 만났을 때 엄씨를 희전호텔까지 안내,호텔을 구경시킨뒤 2천만원을 건네주었다.
엄씨는 안기부장 국방보좌관일 때인 90년 1월 정씨를 중국음식점 아리산으로 불러내 『안가가 필요한데 이 음식점 옆에 쓸만한 주택이 있다』며 구입자금 3억5천만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는데 정씨는 당시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같은해 2월 6번째로 하얏트호텔 부근 안가로 안내된 정씨는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엄씨로부터 슬롯머신업계 현황보고 요구를 받고 3천만원을 또 건네줬다.
당시 엄씨는 『깡패들이 슬롯머신업계를 넘본다는데 막아주겠다』면서 김태촌 이승완 이강환 등을 들먹이며 이들을 조직화해 우익세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후 90년 4월 자금추적을 당하고 있는 낌새를 챈 정씨가 엄씨에게 연락해 만났을 때 엄씨는 『당신이 야당에 정치자금을 주려는 사실을 포착한 것 같다』고 말해 겁이나 이틀후 1억5천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그후 90년 8월 서울지방 국세청이 장부를 압수해가 엄씨에게 연락하자 엄씨는 『안기부 은행감독원 등이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내사했으나 드러나지 않자 청와대 사정측이 세무사찰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