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이원조 김종인/폭탄선언설 과연 「입」 열까/“일단 인내” “악만 남았다” 여운/“대세 엎을 큰건 없을 것” 전망/“폭발력 지닌 이 의원 출국에 두루 편하다” 시각도국민당의 박철언의원과 민자당의 이원조·김종인의원에 대한 검찰의 소환수사가 임박해옴에 따라 세의원의 「입」에 정치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한결같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음모」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기에 혹시 정치적 반격의 수단으로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비밀을 털어놓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세의원은 모두 6공의 실세라할 정도로 과거 권력의 핵심부에 있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입빠르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로인해 정치권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터뜨릴만한 건이 정말 있을까』 『설사 건이 있다해도 쉽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등의 의문점을 두고 갖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박 의원이 18일의 기자회견에서 할말은 있으나 참는다』고 말한 것이나 이 의원의 돌연 출국에 그의 입을 막기 위한 의도의 방조가 깔려있다는 설 등은 최소한 이들이 「터뜨리고 싶은 얘깃거리」는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세의원이 입을 연다해도 웬만한 메가톤급이 아닌 이상 지금의 대세를 뒤엎지는 못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의원도 쉽사리 행동에 옮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거 때라면 몰라도 이미 정국이 개혁의 도도한 물결을 타고 있는 마당에 과거의 정치비화를 털어놓는 것은 자칫 치기어린 폭로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폭탄선언설과 관련,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은 역시 박철언의원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폭탄선을 할 동기가 충분하다. 실제로 박 의원은 지난 90년 정무장관 재직시 『내가 입을 열면 YS의 정치생명은 끝난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김영삼대통령이 내각제 합의를 이행치 않은 것 빼놓고는 내가 입을 연적이 없다』고 말했다. 무언가 터뜨릴만한 건이 있다는 것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의원이 알고 있는 비밀에 대해 『3당 합당이후 숨겨진 얘기가 많다』며 『그 가운데는 충격을 줄만한 것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박 의원의 참모들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만 참다운 개혁이 가능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개하자』고 박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유치한 폭로로 비칠 수 있다』며 측근들을 달래고 있다. 오히려 『어차피 밖에 있어도 불편하니 몇년 들어가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며 각오하는 분위기마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검찰이 터무니없는 것을 가지고 심하게 얽어매려고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신병치료를 이유로 18일 돌연 출국한 이원조의원은 자신을 향한 사정의 칼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주변을 통해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그가 극도로 심기가 안좋다는 것이다. 『재산공개 파문으로 수모를 당한데 이어 동화은행사건으로 뇌물수수혐의까지 받게되자 악밖에 남지 않았다』고 출국직전 그를 만난 한 민자당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또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무엇에 연연해 하겠느냐』며 「비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입을 연다면 물론 돈문제일 것이라는게 지배적 견해이다. 한 민정계 인사는 『경제계에 대한 영향력 이외에는 아무런 정치적 조직도 없는 사람이 대선에 기여했다면 무슨 역할을 했는지 빤한 것 아니냐』며 『그래서 그를 쉽게 잡아넣지는 못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그가 출국해 버림으로써 여러 사람의 마음이 편해진 꼴』이라며 이 의원의 돌연 출국이 우연이 아님을 내비쳤다.
이 의원과 함께 동화은행사건에 연루된 김종인의원은 『아무 근거도 없는 사실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나를 음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폭탄선언설 같은 얘기는 전혀 입밖에 내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있는 사람을 두고 왜 건드리느냐』는 태도로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픈 심경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6공시절 김 대통령의 「편」에 가담하지도 않았지만 정치권으로부터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살았기 때문에 폭로할 건도,폭로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어쩌면 김 의원이 「희생양」이 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사정의 1차 대상에 오른 세의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폭탄선언을 하지 않거나 못할 것이라는게 정답같아 보인다. 『박 의원은 말을 해도 별탈 없을 것이고 이 의원은 사라졌으며 김 의원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라는 민자당 중진의원의 말이 맞는 것 같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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