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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조씨 누구인가/5·6공 「돈줄」 관리… “금융계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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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조씨 누구인가/5·6공 「돈줄」 관리… “금융계 황제”

입력
199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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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씨와 고교친구… 군시절 관계 깊어져/정권 바뀔때 마다 「청산대상」… 정치곡예「바바리코트의 사나이」.

지난 89년 1월 「금융계의 황제」로 알려진 이원조의원에게 붙여진 또 하나의 별칭이다. 5공 금융비리를 조사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할때의 바바리코트 차림을 빗댄 표현이다. 이 말은 이 의원의 「수난」을 상기시키는 상징어로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지금도 주고받는 농담이다.

이 의원의 검찰출두를 「수난」으로 여기는 시각엔 정권의 정치자금을 담당한 이상에는 청산의 도마에 오를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해같은 것이 깔려있다.

여소야대하의 과거청산 태풍속에서 이 의원이 경제비리의 핵샘지목 대상으로 떠른것은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이 의원은 5·6공의 정권유지와 승계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해왔다는 얘기이다.

그는 정권의 「돈파이프」였다. 돈을 만들고 주무르다보니 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또 거꾸로 그정도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신임 또한 절대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의원은 5공과 6공을 통틀어 문자 그대로 「금융계의 황제」였다. 금융계의 인사는 이 의원 수하에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힘과 지위는 80년들어 전씨의 집권과 함께 일약 얻게된 것이다. 전·노씨와 이 의원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사람은 대구에서 고교 학창시절을 함께보낸 친구사이. 전·노 두사람이 하급장교시절 외박을 나오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소주로 함게 어울렸다. 이 의원은 대학졸업후 은행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군인들과의 끈끈한 관계는 또 있다.

그는 3공시절 군부실력자였던 윤필용장군의 중학후배로 「하나회」 군인들과 깊은 관계를 맺게됐다. 73년 소위 윤필용 사건때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당시 이 의원은 제일은행 후암동지점장으로 하나회의 자금을 관리해주던 비책이었다. 그는 그러나 군수사기관에서 끝내 입을 열지않았고,그이후 이들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80년 신군부 핵심세력이 그의 친구들이었던 만큼 집권과정에 함께 개입한 것은 물론이다. 당시 제일은행 상무였던 이 의원은 국보위자문위원·대통령 비서관으로 도약하더니 바로 석유개발공사 사장을 맡게된다.

86년 은행감독원장에 오르기까지 6년간 수조원 규모의 석유개발기금을 주물렀다. 국회 5공특위가 집중적으로 캐내려고 했던 조사대상중 석유개발기금은 핵심 사안이었다. 이 의원이 이 기금을 이용해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어 은행감독원장으로 그는 87년 대선자금을 조달했으며 지난 대선때도 자금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돼있다. 이 의원이 정권이 바뀔때마다 청산의 대상으로 빠지지 않는것도 이 때문이랄 수 있다. 달리보면 이 의원은 정권창출의 「돈줄」을 쥐었기 때문에 새정권하에서 새로운 생존 유지의 터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런 처신은 전씨로부터 「손봐야 할 사람」으로 꼽히게도 했다. 5공 청산와중에서 전씨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반면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철저한 보호를 받았다. 5공 특위활동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핵심인사 몇명에 대한 사법처리문제로 야당의 공세가 압축돼었던 89년 중반들어서도 노씨측은 이 의원 만큼은 「구제」해 달라고 야당측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89년 12월 5공청산을 위한 청와대의 여야 「대타협」에서 이 의원은 형사고발조치로 합의됐다. 그러나 90년들어 얼마뒤 검찰에 의해 기소중지 및 무혐의 불기소처분으로 살아남았다. 정호용의원의 의원직 사태와는 대조적이었다.

민자당의 대통형후보 경쟁과정에서 이 의원은 김영삼 대표쪽에 섰다. 그리고 대선에서도 예의 돈만들기로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그는 막강한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밖으로 보이는 행동거지는 매우 조용한 스타일이다. 여권내에서도 줄곧 독자적으로 행동해온 사람이고,민정계의 일반행동과도 궤를 달리해온 사람이다.

이제 이 의원은 몰래 출국해야할 만큼 몰릴대로 몰려있다. 그러나 이 의원의 행적이 행적인 만큼 이 의원에게 쏠리는 관심은 또다른것이 아닐수 없다.<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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