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백… 검찰서 물증 제시해야/정치비사는 아직 얘기한 적 없다『지금의 고초는 패자이기 때문에 겪는 것이다』
슬롯머신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박철언의원은 18일 하오 의원회관 102호 자신의 사무실에서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패자론」을 펼쳤다. 한마디로 자신은 결백하며 현재의 곤욕은 정치보복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박 의원은 막힘없이 자기 변호를 하면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를 선별해서 쓰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몰려온 수십명의 기자들에게도 굳이 『기자회견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만남』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도적 저항」의 색채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회견말미에는 감정이 격앙된듯 『정치비사는 아직 얘기한 적이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수사과정을 지켜보겠다』는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한국적 정치풍토에서 겪어야 할 필연』이라고 말문을 연뒤 「정치입문민자당 탈당」에 이르는 역정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황량한 겨울들녘에 홀로서서 삭풍을 맞는 겨울나무」로 비유한뒤 『마음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내맡긴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가진 일문일답 내용.
마음을 정리했다는 말의 의미는.
『최선을 다했으나 미흡한 점이 있었고 이를 반성한다는 뜻이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5억원 수수혐의의 진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3류 소설같은 수사다. 부산도청사건,용팔이사건,동화은행사건 등 온갖 사안에서 나를 매장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게 잘안되니 이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슬롯머신사건에까지 연루시키고 있다』
홍성애여인과의 관계는.
『89년께 하얏트헬스클럽에서 알게 됐으며 보도내용이 대체로 맞다. 그러나 홍씨가 뇌물을 전했다는 것은 엉터리 얘기다. 정씨형제나 홍씨가 엉터리 진술을 하는 저의는 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 검찰은 물증을 제시해야 한다』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인가.
『법절차를 갖춘 소환이라면 응할 것이다.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주변에서 2∼3년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종용했으나 거절했다』
정치보복이라면 저항할 것인가. 과거 『내가 입을 열면…』이라는 식의 발언도 했는데.
『당시 폭탄선언 얘기는 다소 와전된 부분도 있다. 국가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사람으로서 할 말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선에 의해 승패가 갈렸고 패자로서 새 정부와 나라가 잘되길 바랄 뿐이다. 나는 내각제 합의 불이행외에는 비사를 밝히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검찰 수사과정을 지켜보며 임할 생각이다』
검찰 수사가 문제있다면.
『아직은 검찰과 사법부의 존엄성을 불신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과 다른 상황도 수용한다는 말인가.
『방법이 없다는 얘기지 수용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도마위의 생선이 칼쥔 사람을 피할 수 있겠느냐. 법집행은 형평성있고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엄청난 비호세력이 있는듯 출발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의심스럽다. 검사는 논고와 공소장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요즘은 미리 흘리는 식이 많은듯 싶다』
YS개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방향설정에는 동의한다. 다만 법제도와 형평성에 바탕을 둔 개혁이 돼야 한다. 과거에 대한 단죄가 곧바로 개혁은 아니다. 특히 개혁정치야말로 현재가 아닌 후세가 평가할 일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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