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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민주화시위 1주년/「쿠데타 망령」 아직도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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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민주화시위 1주년/「쿠데타 망령」 아직도 꿈틀

입력
1993.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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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촉발한 군부실세 거세못해/수구세력 반발,현 추안정권 불안태국은 18일로 40여년간의 군사정치를 물리친 민주화 유혈시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태국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힘을 등에 업고 정치 및 경제계로부터 구 군부세력 척결,각종 제도의 민주적 개편,경제개혁 등 힘겨운 민주화 작업을 추진해오고 있으나 수구세력의 끈질긴 저항과 소득불균형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욕구분출 등으로 인해 아직도 상황은 불안하고 유동적이다.

지난해 7월 총선으로 탄생한 추안 리크파이 총리가 이끄는 민주연립정부는 과반수를 겨우 넘는 의석을 확보한 취약한 상태에서 수친다 장군을 정점으로 한 군부실세들을 전역,또는 한직으로 과감히 밀어냈다. 또 항공 통신 철도 항만 금융 등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있던 군을 병영으로 되돌려 보내는 등 일련의 민주화작업을 성공리에 이끌었다.

새로운 민주성향의 군지도자들이 다시는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군의 영향력이 급속히 쇠퇴한 것은 틀림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수구세력의 반발은 만만치 않아 태국정국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군세력의 척결과정에서 군부의 자존심이 극도로 훼손돼 경찰과 군인들 사이에 무장충돌이 야기되는 등 군부의 불만이 내면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얼마전 의회에서 『군인이 다시 나와 정치를 해야된다』는 발언까지 해 물의를 일으키기까지 했다. 유혈시위 사태를 촉발시킨 군실세들에겐 현재까지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은채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정치세력화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수구세력의 일파인 한 퇴임 대법원 판사는 태국 민주화에 공헌한 아난 전 총리를 직무유기 혐의로 제소,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인 추안정권은 최근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는가 하면 지방의 극빈농민들이 쌀값 하락에 항의,시위집회를 갖는 등 갈수록 궁지에 물리고 있는 형국이다.

야당들은 증시추문의 책임을 물어 부총리와 재무장관 등 각료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등 현 정권붕괴를 노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5개당이 연합한 현 정권이 야당의 공세로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함께 태국정국은 도시와 농촌간의 심화된 소득불균형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최근 국제시장에서 베트남의 쌀값 덤핑 등으로 국내 쌀값이 폭락하는 현상과 맞물려 집단시위 형태로 폭발되고 있다. 또한 무력해 보이기만하는 추안정권에 대해 민주화세력으로부터의 신임도도 약화되고 있다. 일부 국민은 군부독재에는 반대하면서도 그 기능적 측면인 「강력한 정치력」에 향수마저 느끼고 있다.

추안정권은 적어도 52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한 민주화 시위 1주년을 맞아 태국시내 「평화의 공원」에 기념탑을 세우는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아직 태국은 쿠데타의 망령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힘겨운 민주화과정을 걷고 있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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