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정치적 의미없다”/“자기 존재 선언” 분석도/불안한 위상고려 「미래용 포석」 가능성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5·16 발언의 진의와 배경은 무엇일까.
야당의 정치공세도 그렇지만 여당내에서도 김 대표의 발언진의를 놓고 갖가지 구구한 추측이 무성하다.
김영삼정부가 문민시대의 단절기간으로 규정한 32년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때로는 2인자로,때로는 핍박받는 정치인으로 생존의 철학을 터득해온 김 대표가 돌출성 발언을 한데는 무언가 속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김 대표를 둘러싼 현재의 정치환경이 객관적으로 김 대표의 심경을 불편하게 할만한 상황이라는 점이 그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17일 자신의 발언이 여권내부를 넘어 민주당의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세로까지 이어지자 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날 상오의 확대 당직자회의에서 김 대표는 『어제 발언은 개인적인 사관을 얘기한 것일뿐』이라며 진의를 「해명」했다.
김 대표는 『현재는 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해 변화와 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일으키고 이를 발전적으로 열어나가는 시기라는 뜻이 내포돼있다』며 전날보다는 「개혁」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지구당 위원장 사퇴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후생가외란 말도 있듯이 유능하고 훌륭한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일뿐 아무런 생각도 의미도 담겨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직자들이 자의적으로 추측하거나 언론이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말해 5·16 발언과 지구당 위원장직 사퇴가 함께 묶여 해석되는 것에 불쾌감을 보였다.
김 대표의 측근들도 이날 발언에 대해 『평소하던 얘기』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기색들이다. 조용직 부대변인은 『김 대표의 기승전결론은 예전부터 피력해오던 것』이라며 『새삼스럽게 부각될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길홍 대표비서실장도 『김 대표의 연설내용은 최근 사무처 요원 연수에서도 나왔던 얘기』라며 『5·16에 대한 평가도 김 대표 입장에선 늘 해오던 것』이라고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대표와 측근들의 이같은 해명은 김 대표 특유의 은유화법에 따른 「치고 빠지기」의 해결방식이라는 또다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새정부 출범초기 개혁속도에 대한 「온고지신론」과 재산공개 파동 때의 「소와 말」 비유 등처럼 현 상황에 대한 불만표시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김 대표는 12·12와 5·18이 역사적 재평가를 받는 와중에 자신이 주역이었던 5·16도 함께 휩쓸려 재조명의 대상에 오르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공산이 크다.
비록 5·16 발언이 김 대표 입장에선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고 늘 해오던 주장일 수도 있으나 과거사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이를 분명하고도 의도적으로 언급한 것은 여권내 개혁세력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시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김 대표의 분명한 입장표명은 단지 5·16을 지키려는 의도일뿐 아니라 자신을 구 정치인으로 몰아 「용도폐기」 시키려는 여권내 일부세력에 대한 자기 존재선언일 수도 있다. 재산공개 파동과정에서 대표직 사퇴 등의 「강수」를 검토하기도 했던 김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한 간접적 불만표시를 통해 또다시 모종의 결심을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특히 오는 6월11일 실시되는 명주·양양 보궐선거에 민주계 원로인 김명윤고문이 공천된 사실은 김 대표를 비롯한 공화계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공화계 인사들은 『김 고문 공천은 단순한 예우차원일 뿐』이라며 『김 고문이 당선돼도 곧바로 김 대표의 뒤를 잇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민자당내에선 김 고문 공천이 「JP이후 포석」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김 대표의 발언은 여권내 민주계에 대한 「항거」인 동시에 민정·공화계 등 비주류를 향한 공감대 조성의 목소리로 확대해석되는 측면도 있다. 즉 현재는 침묵하지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구 여권 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영향력 유지를 노리겠다는 장기적인 계산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
김 대표의 지구당 위원장 사퇴가 단순히 후진을 위한 용퇴를 넘어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되는 것은 바로 이같은 관측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결국 김 대표의 5·16 발언은 숱한 정치적 격변속에서도 끈질기게 정치생명을 이어온 김 대표가 「전환」의 시대를 넘어 「결론」의 시대가 넘어 「결론」의 시대까지 어떻게 처신해나갈 것인지를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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