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공화계 “늘 하던 얘기” 민주계 “불만”/민주당 “여권 내부분란 요인” 추이 촉각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5·16 관련발언이 정가에 긴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2·12사태 등 과거사에 대한 재조명이 한창인 시점에 나온 김 대표의 기승전결 발언을 보는 정가의 시각은 각자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김 대표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경재 공보수석은 앞으로도 공식 논평같은 것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참모들 역시 개인적인 의사표현조차 자제했다.
주돈식 정무수석은 『5·16 주체가 5·16 기념일에 5·16 단체모임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상오 박관용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 또 김영삼대통령에게 그런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이나 「진의」 등이 정식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관계수석은 전했다.
그러나 12·12와 5·18에 대한 김 대통령의 성격규정 및 입장표명으로 과거문제가 정리돼가길 바라던 때에 터진 김 대표 발언에 청와대가 편한 마음일리는 없다. 특히 김 대통령이 12·12를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는데도 김 대표가 12·12보다는 5·17이 쿠데타라는 견해를 밝힌뒤 다시 5·16 미화발언을 한데 대해 청와대는 불쾌감을 느꼈을 법도 하다. 청와대는 더구나 김 대표가 지구당 위원장직 사의까지 표한 것을 두고 속마음과 행보를 헤아려보는 눈치이다.
○…민자당에는 김 대표의 발언을 경계로 정체전선이 형성돼 있다. 민정·공화계를 중심으로 한 온난기류와 민주계의 한랭기류가 엄존하고 있지만,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지상태에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JP발언의 확대 재생산을 바라지 않으면서도,여론과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온난기류의 전면에는 당연히 공화계가 서있다. 공화계는 「기승전결론」은 김 대표의 지론이자 개인적 사관일뿐 정치적 복선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JP측근인 조용직 부대변인은 『김 대표와 가까이 접해본 사람들은 기승전결론을 문제삼는 것 자체를 의아해한다』며 『지난해 총선때부터 JP가 밝혀온 역사관』이라고 설명했다.
민정계도 대체로 같은 기류에 서있다.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이견도 있지만,5·16에 대한 의미 부여는 「JP의 18번」이라는게 민정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민정계의 이같은 해석은 최근 정국에서 맥을 못추는 소외감에서 비롯된 동병상련의 측면도 있다.
이에 반해 민주계는 한랭기류에 서있다. JP 발언이 대세를 역류,평지풍파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구 시대 인물의 한계』라는 극단적인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과거와의 차별화로 새시대를 여는 마당에 김 대표가 굳이 「5·16 미화발언」을 던진 배경에도 의문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민주계는 특히 김 대표가 15일 대구 서구 지구당 개편대회 때의 기자간담회에서 5·16 관련 질문에 『5·16 민족상 시상식에 오면 안다』고 말한 대목을 유의하고 있다. 또 5·16 시상식에서도 김 대표가 준비된 연설문을 다 읽고 부연연설에서 일부러 기승전결론을 밝힌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 정황을 종합하면 JP 발언은 사전에 계산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게 민주계의 입장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자기 존재를 인식시키려는 몸짓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김 민자 대표의 5·16 발언파문을 12·12 파문에 이어 또하나의 여권내부 분란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김영삼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5·16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답변을 요구한다』고 공세적으로 나섰다.
이기택대표는 『김종필대표의 발언은 현 정권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승계정권으로 5·18을 계승한 문민정부가 아니라는,정권의 정의를 잘 내려주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대변인은 『김 대표의 발언은 12·12사태를 군사쿠데타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나선 김 대통령에 대해 수구세력의 대표가 반기를 집단화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하고 『김 대통령의 모든 언행은 집권이후 3당 합당을 무효화시키는 방향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이영성·권대익기자>이영성·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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