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은 역사로서 엄연히 존재한다. 민족사에서 오늘의 토양을 만드는데 용해돼 있다. 이 나라의 오늘이 있게 일으킨 대표적인 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말이다. 16일 상오 5·16 민족상 수상식의 축사였다.
매년 찾아오는 5·16이지만 김 대표의 이날 표정은 특히 비장해 보였다. 5·16 민족상 총재인 김 대표는 미리 배포된 평이한 원고의 연설을 마친뒤 『몇마디 더 하겠다』며 5·16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5·16의 주역이었던 김 대표는 이날 역사의 「기승전결론」까지 펴가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가 있다고 주장했다.
12·12가 김영삼대통령에 의해 쿠데타적 사건으로 규정되고 개혁파 변화의 물결이 노도처럼 밀려드는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본능적인 자기방어인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역사는 기승전결로 엮어지는 것』이라고 전제한뒤 『우리 후손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고 여유있게 살 수 있게 된 근원을 찾아가다보면 분명히 박 전 대통령에게 부딪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전 대통령,즉 5·16이 「기」라는 뜻이다.
김 대표의 기승전결론은 이렇게 이어졌다.
『잘나왔든 못나왔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 나라의 승계·계승자로 존재했다』
『그리고 그 토양위에서 전환이 존재한다. 그것을 요즘말로 개혁과 변화라고 한다』
김 대통령의 개혁을 박 전 대통령의 5·16과 연결지었다. 5·16의 주역인 자신이 문민시대의 집권당 대표로 있을 수 있는 논리를 찾고자 하는 것 같았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있던 역사를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역사는 엄격하게 해석되고 철저하게 재조명되어야만 한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이 반란과 쿠데타로 규정한 12·12나 5·17같은 불행한 일의 「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4·19와 5·18과 6·10의 의미에 눈감은 것은 물론이다. 김 대표의 이날 얘기가 과거사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해석으로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 대표는 객관자가 아니라 재조명을 받아야할 5·16의 주역,당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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